2024.04.18(목)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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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감산 할아버지의 방죽에 대한 감상은 전편으로 족하지만, 내가 낚시에 입문한 지 어언 50년. 그 입적의 초기는 그 방죽으로부터여서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참내, 그때는 낚시 바늘 구하기가 힘들어 하루핀이라고 했던가? 침핀을 낚시 바늘 모양으로 구부리고 미국의 구호물품인 밀가루 포대를 박음질했던 실을 풀어내어 서로 이어서 낚시 줄을 만들었다.
시누대를 낫으로 베어 가지를 쳐내고 낚싯대를 만든 다음, 마른 옥수수 줄기를 손 한 뼘만큼 잘라 찌를 만들고 조그만 조약돌을 달아 봉돌로 썼다.
그리고 보리밥 몇 알을 측간에 가 미구지尾口紙로 쓰였던 전년도 교과서를 찢어 담아 접은 다음 보무도 당당하게 방죽으로 향했다.
그러면 지금도 낚시라면 환장하여 그 큰 눈이 충혈되도록 2박 3일을 잠도 안자고 낚시를 하는 동창 경윤이가 항상 거기에 있었다.
벌써 버들강아지 가지로 꿰미를 만들어 붕어 몇 마리를 잡아놓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들어 올려 보여주기도 하면서.
하늘에 보리밥알 한 알을 꿰고 물속에 던지면, 옥수수 줄기로 만든 찌는 대로 서지도 못하고 옆으로 눕기 일쑤지만, 움찔움찔한 기색이 느껴지자마자 대낚시를 허공으로 잡아채면 작은 중어 한 마리가 검은 은빛을 반짝이며 몸부림치며 따라 올라오다, 그 공중에서 그만 풍덩 다시 물속으로 떨어져버리곤 하였다. 침핀으로 만든 낚시 바늘이어서 미늘-낚시 바늘 안쪽에 고기가 빠지지 않도록 차 놓은 날카로운 속 바늘-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붕어가 빠지지 않고 제방 둑으로 떨어지면 비로소 그 고기가 잡은 고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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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알이 떨어지면 잠자리를 잡던지, 땅개비-방아깨비 수놈인데 크기는 새끼손가락만큼 작고 잡으려면 때때때때 소리를 내며 다른 풀숲으로 날라 숨곤 했다-를 잡아 꼬랑지만 떼어내어 바늘에 꿰어 먹이로 사용하였다.
그 방죽의 고기들은 굶어 죽기 일보 직전처럼 먹이에 대한 대단한 탐욕을 보였지만, 우리가 오후 내내 잡은 것은 겨우 대여섯 마리 정도였다.
잡은 고기를 신나게 집으로 가져와 어머니에게 보이면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돼지우리에 그 고기를 던져 버렸다.
황급히 우리에 가 보면 어느새 우적우적 맛있게 씹고 있는 돼지 얼굴만 바라보일 뿐, 서운한 마음에 고개를 들면 잔등너머 서편에 붉은 해가 걸려 있었다.
내 낚시 입문은 그러하였다.
- 책 <추억의 사립문> 중에서
박석구 시인
영암 군서면 출신
2011년 에세이스트 수필 등단
2014년 에세이스트 베스트 10
2015년 문학 에스프리 시 등단
현)에세이스트작가회의 홍보위원장
2016년 광주 지송시회 8인 시 『연푸른 그늘에 앉아』 공저
영암일보 yailbo@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