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불황에 허덕이는 지역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서도 영암군의회가 연금받는 퇴직공무원단체까지 챙기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영암군의회는 박영배 의원이 발의한 ‘영암군 재향경우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및 ‘영암군 지방행정동우회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283회 영암군의회 제1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영암군 재향경우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지역사회의 질서 확립 및 홍보사업, 치안협력 사업, 아동ㆍ청소년 폭력예방 등 공익사업 등의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또 영암군 지방행정동우회 지원에 관한 조례는 지방행정동우회의 목적과 사업,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 이에 따라 지방행정동우회에 지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지방행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과 군민을 위한 공익 봉사 활동,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 지방행정 발전과 군민 복지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명시했다.

조례안을 발의한 박영배 의원은 “치안에 대한 오랜 경험이 있는 재향경우회 회원과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행정지식이 있는 퇴직 공무원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며, 조례 제정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계기를 만들어 우리 영암에 더욱 애정을 갖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미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많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박영배 의원

그러나 이런 조례안 통과에 대해 코로나19 시국에 지역민 재난지원금 재원도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연금받는 퇴직공무원들의 사적 활동까지 챙겨야만 하냐는 지역 내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미 타 지자체에서 해당 유사 조례들이 제정될 때마다 퇴직공무원에 대한 특혜시비로 논란이 일어왔고 시민단체들이 줄곧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지원 조례인 터라 영암군의회에서도 이런 논란이 되는 조례를 통과시킴으로써 지역 내에서도 관련 조례에 대한 특혜 시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퇴직공무원단체에 대한 지원 조례는 지방행정동우회법을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퇴직공무원 간 친목 도모가 주 목적인 단체로, 동우회 활동이 국민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과 구체적인 관련이 없고 제정안 내용은 동우회 회칙이나 정관으로 충분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행안부도 당초 발의된 법안에 동우회 운영과 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심의과정에서 ‘동우회 운영’ 문구가 삭제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영암뿐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퇴직공무원단체 지원 조례를 놓고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경기도 고양에서는 지난해 10월 상정된 ‘재향경우회 지원조례'가 논란 끝에 부결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에서는 “퇴직공무원단체의 공익적 활동이라면 지방재정법에 따라 다른 단체들처럼 보조금을 신청해 지원받으면 된다”며 "이런 행정절차를 뛰어넘는 퇴직공무원단체 지원은 전관예우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특화사업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조례부터 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경우회와 행정동우회 등과 유사한 단체들이 요구할 경우 모두 지원해야 하는 빌미를 제공, 군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현재 자영업자들이 임대료 때문에 문을 닫거나 장기간의 경기 불황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시점에 퇴직공무원단체의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한 것이 과연 지역에 꼭 필요한 조례였는지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납득이 가능한 것인지 진지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