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폐지와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를 위해

기고
현장실습 폐지와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를 위해
  • 입력 : 2021. 11.24(수) 13:12
  • 영암일보
송정미
목포청소년노동인권센터대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고 난 뒤 1963년, 박정희 정권에서 학교 교육 기자재 부족으로 직업교육 훈련을 할 수 없으니 현장(산업체, 기업)에서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현장실습제도’이다. 1963년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41달러였다. 말하자면 세계 최빈국에 속해 있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1,000 달러 정도이고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국가 경제 규모도 1963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제 성장의 최대 피해자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지금도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동재해에 하루 6명씩 죽어가고 있는 노동자일 것이다.
그리고 이 노동자 안에는 일명 ‘학습근로자’라 일컫는 직업계고 3학년 ‘현장실습생’이 있다. 너무나도 명백하게 국가는 ‘직업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직업훈련을 시킨다는 명분으로 학생들을 기업 이윤 도구의 희생양으로 삼아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1993년 김영삼 정부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을 세우면서 3D업종(dirtye 더럽고, difficult 어렵고, dangerous 위험한)에 현장실습생을 인력공급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충남 아산 세원테크가 공업고 실습생을 구사대로 동원해 폭력 행사에 앞장 세우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현장실습생 앞에 놓인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나 직업교육훈련 현장실습 매뉴얼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생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법이나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교육부도 알고 교육청도 알고 고용노동부도 알고 모두 다 알고 있다. 단지 이번에 고 홍정운 학생의 사망 사건처럼 일어나지 않으면 마치 법이나 매뉴얼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되는 것이다.

현장실습생 고 홍정운학생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교육부는 ‘현장실습 전수조사, 현장실습 실태 파악’등에 나서서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현장실습업체, 현장실습 실태’에 대해서 모든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 일은 그들의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그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 평상시 점검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조치를 즉각 취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사고가 일어나자 현장실습업체 전수조사, 현장실습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하니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장실습기업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자료 공개까지 할 의무가 있는 것이 교육부이고 도교육청이다. 사건이 일어나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태와 조사, 점검은 그들의 평상시 업무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런 일을 기대할 수는 없다.

늘 국가 기관에서 종사하는 종사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1인당 업무량은 너무 많고, 예산은 없다는 것 아닌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업무는 많고 예산은 없으니 법과 매뉴얼은 단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면 지키고 있는 것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세상 일이다. 왜냐하면 ‘현장실습 제도가 학생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업을 위한 제도이며, 3D업종에서 일 하기에 현장실습생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2012년 정부에서 제시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 기업용‘을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다.




위 내용(자료1,2)을 보더라도 국가가 현장실습생을 어떻게 도구화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반면에 현장실습생에게는 실습생 준수사항을 아래(자료3)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위의 내용은 특성화고 현장실습 매뉴얼 기업용 177페이지 내용에서 극히 일부분에 해당 하나 국가가 왜 현장실습제도를 유지하려고 하는지 그 취지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으며, 실습생 준수사항은 왜 현장실습생이 자신의 일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1963년 현장실습제도가 법제화된 이후 49년이 흐른 2012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직업계고 3학년 학생을 기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2011년, 2012년, 2014년, 2016년, 2017년 그리고 2021년 직업계고 3학년 현장실습생은 자신의 전공과 전혀 맞지 않는 부서에서 일하다가 재해로 죽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017년 고 이민호 학생 사망 사건으로 현장실습매뉴얼을 변경하여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정책을 바꾼다며 고등학교 3학년 학과 과정 3분의2 수료, 현장실습 최대 3개월까지 한하는 내용으로 현장실습매뉴얼을 변경하였지만 ‘특성화고 취업률이 낮아졌네’, ‘청년 실업률이 너무 높다’ ‘문턱이 높아 현장실습 참여 기업이 없다’는 등 언론에서 떠들어대자 2019년 현장실습기업체의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누구나 현장실습기업이 될 수 있도록 문을 완전히 개방해버렸다.

현장실습에 대해 각각의 정권마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요렇게 저렇게 뜯었다 고쳤다를 반복하면서 늘 현장실습정책을 개선해 왔지만 결과는 반복되는 현장실습생의 죽음이었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현장실습생의 절실함을 이용하여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있다는 논리, 현장실습이 취업의 우선 조건이 된다라는 논리, 현장실습이 없으면 직업계고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느냐는 직업계고의 정체성을 현장실습에서 찾는 사람들, 하지만 직업계고는 직업계고에 맞게 학생들과 함께 얼마든지 좀 더 자유로운 활동 속에서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고, 자신이 선택한 전공과목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현장실습이 안전하지 않는 기업 참여형 현장실습이 아닌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 과정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면 제도 수정이 되어야 한다.

직업계고 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만이 직업계고가 존속하고 지속가능한 학교로 남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