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내 머릿 속에 답이 있어”

건강과학
“바로 내 머릿 속에 답이 있어”
'신기한 과학' - 첫번째, 뇌이야기
  • 입력 : 2023. 02.23(목) 12:28
  • 영암일보
인간의 뇌
우리는 왜 꿈을 꾸는 것일까? 아마도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우리 뇌가 점성수를 믿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 인터넷 등 촤신 기술을 누리고 살지만 사실 우리 뇌는 20만 년 전 조상의 뇌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만약 우리가 지금의 뇌를 가지고 과거로 간다면 혹은 반대로 20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지금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두 경우 모두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바로 뇌 가소성덕분이다.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동물이다. 지구 곳곳에 퍼져 사막, 남극은 물론 현재 달이나 화성까지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것 일까? 뇌는 적응력을 위해 위험한 도박을 했다. 인간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경이었던 사바나를 벗어나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지형과 날씨에 적응해야 했는데 미리 설계된 구조를 가지고서는 뇌는 도저히 적응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뇌는 빠른 성장과 전문성을 포기한 대신 어떤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가소성을 택한 것이다. 결국 갓 태어난 가젤이나 기린이 바로 뛰어다닐 수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인간은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약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뇌 가소성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 뇌에는 얼굴, 팔, 다리 등 신체가 각각 연결되어 있는 ‘호문쿨루스’라 불리는 신체 지도가 있다. 그런데 만약 신체 부위 중 하나가 사라지면 이 뇌 영역들은 어떻게 될까? 1797년, 스페인 군의 소총에서 발사된 초속 300m의 총알이 영국의 해군 제도 커레이쇼 넬슨 경에 오른팔에서 여행을 마쳤다. 괴사 위험때문에 오른팔을 절단해야만 했다. 넬슨은 절단 후 몇 달 뒤 기묘한 경험을 하는데 사라진 오른팔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넬슨은 이걸 사후세계와 영혼의 존재 증거라고 했지만 현대 뇌 과학이 발견한 것은 조금 달랐다. 팔이 절단되면 그 부위를 담당하던 뇌 부분이 다른 부분을 담당하는 부위에 잠식되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뇌가 환경에 맞춰서 신경회로를 스스로 재구성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뇌 가소성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해서 손가락 두 개를 하나로 묶어놓기만 해도, 손가락을 담당하던 영역들이 곧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그런데 뇌는 이 환경 변화를 어떻게 알아차리는 것일까? 2005년, 플로리다에서 평생을 벽장에 갇혀 동물처럼 키워지고 있었던 야생아 다니엘이 발견되었다. 다니엘은 분명 인간이지만 평범한 인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표정이나 행동도 없었으며 말도 전혀 할 수 없었다. 다니엘에게 말을 가르치고 사람들이 사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의사와 사회복지사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다니엘은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울 수가 없었다. 인간의 뇌는 미완성으로 태어나 외부 세계를 스스로 공부하며 성장한다. 예를 들어 각 감각을 담당하는 감각피질들은 유전자가 미리 기능을 정해 놓았기보단 각 감각기관에서 온 신호가 우연히 그 부위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 감각을 처리하도록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니엘에게는 그런 것들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뇌가 발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한 실험에서 과학자들이 흰족제비의 청각과 시각 피질 회로를 서로 바꾸자 시각과 청각피질은 금세 역할을 바꿨고, 흰족제비들은 아무 문제 없이 앞을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뇌의 각 부위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게 아니라 단지 그 일이 주어졌기때문에 그 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뇌는 마치 회사처럼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한 부서의 특정 종류의 업무가 주어지면 그 부서는 그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부서에 더 이상 업무가 주어지지 않으면 그 부서는 다른 부서에 흡수되어 재편될 것이다.

벤 언더우드는 2살 때 양쪽 눈에 생긴 암 때문에 두 눈을 모두 잃었다. 그런데 벤은 혀로 뜻하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물체에 반사된 소리를 듣고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치 박쥐가 음파 방향정위로 앞을 보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 방향정위 능력은 벤만 가지고 있던 유일한 능력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수천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이 능력을 발달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의 뇌를 조사해본 결과 이들이 소리를 들을 때 청각 부서뿐 아니라 시각 부서였던 곳도 같이 활성화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부서개편이 일어나는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눈을 안대로 가린 뒤 단 한시간만 지나도 시각 부서는 소리 신호에도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시각 부서에 가장 큰 위기는 밤에 나타난다. 바로 수면이다. 1시간만 지나도 시각 부서의 존립 위기가 위태로워지는데 과연 8시간 이상의 수면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뇌간의 ‘외측슬상핵’이라는 부위는 우리가 잠든 그 밤에 오직, 시각 부서로만 랜덤한 신호를 보낸다. 동시에 뇌간의 ‘뇌교’는 근육을 마비시켜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을 경험하는듯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로 ’렘수면‘, 즉 ’꿈‘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마치 뇌간은 잠을 자는 동안 유일하게 할 일이 없는 시각 부서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가짜 일거리를 던져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점점 나이가 들수록 잠에서 렘수면과 꿈의 비중이 줄어든다. 또 기린과 가젤처럼 태어나자마자 뇌가 어느정도 완성된 상태인 조숙성 동물들은, 오랜 기간의 양육이 필요한 만숙성 동물에 비해 렘수면과 꿈을 덜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가소성이 작기 때문에 시각 부서가 쉽게 해체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지금까지 꿈을 꾸는 행위에 대해 정말 다양한 해석이 있었는데 어쩌면 꿈이란 건 단지 지구의 자전때문에 벌어지는 뇌의 사내 정치 암투극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뇌가 원래 처리하던 업무가 아니라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업무가 추가된다면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백내장으로 인해 인공 각막 수술을 받은 사람들 중에 자외선을 볼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있다. 인공 각막은 기존 각막과 달리 자외선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시각 피질에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뇌의 각 피질은 만능 데이터 처리엔진이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시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시력을 찾아주는 장치들을 연구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1960년대에는 시각 신호를 두피의 촉각 신호로 바꿔주는 ‘일렉트로프탈렘’이 개발되기도 했다. 머리에 쓸 수 있는 큰 원반의 형태를 한 ‘일렉트로프탈렘’은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신호에 따라 두피를 마사지하는데, 보기에는 우스꽝스럽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알 수 없는 자극에 어리둥절해 했지만 뇌는 이내 그 신호를 처리하는 신설팀을 조직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사람들은 머리에 촉감으로 주변 물체를 감지한게 아니아 실제로 시각적 경험을 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던 것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눈은 광자를, 귀는 진동을 코와 입은 화학물질을 피부는 압력을 감지하지만 결국은 똑같이 전기신호로 변환된다. 그런데 뇌는 그 신호들을 구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아마 뇌가 이 전기 신호에 들어있는 데이터의 특징이나 패턴의 차이를 인식해 시각, 청각, 후각 등 다른 느낌을 주는 감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어떤 전기 신호등간에 유의미한 정보와 패턴만 있다면 우리 뇌는 그 업무를 처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과학자들은 마치 새처럼 자기장을 감지해 진동으로 알려주는 벨트를 실험하기도 했는데 착용 후 몇 주만 지나도 그 감각을 길찾기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눈을 가린 쥐의 시각피질에 직접 전극을 통해 디지털 나침반의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를 붙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눈 없이도 미로 속에 먹이를 능숙하게 찾아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던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만약 전 세계의 주식시장 정보를 뇌에 직접 연결시킨다면 어떤 감각이 발달할까? 우리의 모근 감각에는 좋고 나쁨의 정서가 따라붙고 그 정서는 우리가 내리는 판단에 거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세상 모든 주식 정보가 뇌로 흘러들어온다면 남들이 알 수 없는 어떤 패턴에 의해 좋고 나쁨을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감각은 우리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지금까지 연구를 보아 분명해보이는 건 어떤 정보든지간에, 유의미한 정보가 뇌로 흘러들어오면 우리 뇌는 제6의 감각뿐 아니라 제7, 제8의 감각도 처리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단순히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감각을 활용할 순 없다. 뇌에 들어오는 신호 중에는 중요하지 않은 무수한 잡음이 있다. 뇌가 이 모든 잡음에 대해 변화한다면 뇌는 일관성 없이 계속해서 변화하게 되고 그 어떤 일도 처리하지 못 할 것이다. 뇌가 변하기 위해서는 그 변화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의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어떤 관객이 ‘저도 그렇게 연주 할 수만 있다면 평생이라고 바칠 수 있어요.’라는 찬사를 보내자 펄먼은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단순히 의미없이 무언가를 반복하는 일은 뇌가 변화시키지 못한다. 뇌가 변화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바로 흥미와 긍정적 정서를 느낄 때다.

우리 뇌에는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 무엇이든지 배울 수 있게 설계되었고 제대로 된 도구만 있다면 언젠가는 제6의 감각으로 자외선 자기장뿐 아니라 중력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동기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파블로 피카소의 아들인 파울로 피카소는 아버지의 천재성에 짓눌려 그 어떤 천재성도 보여주지 못한 채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다. 부자이며 천상계의 천재로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에 범접할 수 없는 업적 탓에 파울로 피카소의 뇌는 천재성을 발달시킬 만한 어떤 동기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인생의 모든 일이 유전자로 결정되는 세상이었다면 천재나 부자들의 자식은 모두 성공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부모의 엄청난 성공의 그늘 아래 어떤 일에 대한 내재적 동기 발달시킬 틈도 없이 외제적 동기조차 느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뇌는 어떤 경험을 겪냐에 따라 0부터 무한대까지의 가능성 스펙트럼을 가진다. 다만 우리의 의지가 중요할 뿐이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라는 책에는 미래를 바꿀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담긴 단 1.5kg의 분홍색 덩어리가 가진 무궁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간은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바로 내 머릿속에 그 답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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