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무와부득의(唯我無蛙不得意)

나는 오로지 개구리가 없어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도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1년 07월 22일(목) 11:15
발행인 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어느 날 임금이 시종 한 명과 함께 변복하고 대궐 밖으로 나가 백성들 사는 모습을 살피다가 그만 날이 어두워 궁궐로 돌아가지 못해 하룻밤 유숙할 곳을 찾던 중 초가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집 싸리문에는 “유아무와부득의 (唯我無蛙不得意)”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

임금은 한참 동안 생각해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서 시종에게 “대체 저게 무슨 뜻이냐?”라고 물었다. 시종이 답하기를 “글자대로만 보면 「나는 오로지 개구리가 없어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도다」라는 뜻 같은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지 못하겠나이다.”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삼십이 넘어 보이는 고루한 행색의 사내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말고 걸어 나왔다.

“뉘신지요?”

“지나가는 과객인데 하룻밤 유숙할 수 있을까 해서 부탁하려던 참입니다.”

“누추하지만 우선 들어 오시지요.”

임금과 시종은 마루 위에 올라 집주인과 마주 앉게 되자 임금이 먼저 말을 꺼냈다.

“주인장, 이 집에 들어오다 보니 싸리문에 써놓은 글이 있던데 그게 무슨 뜻인지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생각대로 그냥 써 붙였을 뿐입니다.”

“그래도 무슨 깊은 뜻이 있는 듯한데, 말씀해 주시지요.”

평복을 입은 두 사람이 간곡히 부탁하자 집주인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먼 옛날 대낮에 꾀꼬리와 까치와 까마귀가 논두렁에서 만났답니다. 이들은 서로 제 목소리가 제일이라고 자랑하는데 결판이 나지 않았지요. 그래서 3일 후 노래자랑을 하기로 약속하고 인근에 있던 독수리에게 심사를 맡기고 헤어졌습니다.

꾀꼬리는 까치와 까마귀가 아무리 연습해도 자기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마냥 놀았습니다. 까치는 속으로 까마귀는 상대가 안 되겠지만, 꾀꼬리는 강적이라며 꾀꼬리를 이기기 위해 주야장천 열심히 연습하였지요. 그런데 까마귀는 아예 연습도 하지 않고 논고랑을 돌아다니며 개구리를 잡는 데만 열중이었습니다.

그렇게 3일이 지나 꾀꼬리와 까치와 까마귀는 한자리에 모여 독수리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꾀꼬리가 낭랑하게 부르고 이어서 까치와 까마귀도 순서에 따라 노래를 한 곡씩 불렀습니다.

드디어 독수리가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하자 모두 일순 조용해졌습니다. 독수리가 거들먹거리며 앞으로 나와 심사 결과를 발표했지요. ‘1등은 까마귀입니다.’ 그러자 꾀꼬리와 까치는 황당하다며 불만을 터뜨렸지요.

하지만 독수리는 더욱 근엄한 목소리로 ‘꾀꼬리는 그 소리가 참으로 좋긴 한데 마치 간사한 여인네 목소리처럼 가벼워 품위가 없고, 까치는 귀엽게 노래했지만, 소리가 너무 단조로워 싫증이 나고, 반면 까마귀는 그 소리가 조금 귀에 거슬릴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웅대하고 무게가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이가 있어 매우 좋았어요.’라고 그 이유를 밝혔답니다.

꾀꼬리와 까치가 심사 결과가 불공정하여 인정할 수 없다고 불평하며 숲속으로 돌아가 버리자 독수리와 까마귀만 남았는데, 독수리가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까마귀를 가까이 불러 조그만 목소리로 ‘개구리 두 마리 잘 먹었어, 축하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3일 동안 까마귀는 독수리가 제일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 그중 가장 큰 두 마리를 뇌물로 상납했지요. 그 결과가 1등이었답니다.”

평복을 입은 임금은 재미있으면서도 기가 막혀 어리둥절해 있다가, “그래, 처사께서는 科場(과장)에 나가보셨나요?”라고 묻자, 집주인은 “예, 몇 번 나가 봤지만, 개구리 두 마리가 없어 번번이 낙방 하였고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해서 그런 들러리에 진저리가 납니다. 더는 과장에 나갈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신분을 숨긴 임금은 “처사와 같은 청렴한 선비들이 많이 출사해야 뇌물로 더러워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겠는지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번만 더 과거시험에 응시하시지요”라고 위로하며 권유하자 마지못해 집주인은 그러겠노라고 대답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달포가 지날 무렵 別試(별시)가 공포되어 그 서생은 정말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간단한 지필묵을 챙겨 응시했는데, 과제가 내걸리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바로 자기 집 싸리문에 써 붙였던 “唯我無蛙不得意(유아무와부득의)"가 과제였던 것이다.

과장에 나온 양반들은 주변에서 어리둥절하며 골몰하고 있는데, 그 서생만은 과객(過客) 두 사람과 나눈 이야기를 줄거리 삼아 일사천리로 써 내려갔다. 결과는 물론 장원이었다.

이 야사는 부정 청탁이 만연했던 조선사회의 풍조를 흥미롭게 꼬집고 있다.

독자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한지요.

국가와 사회 구성원을 위해 봉사와 희생으로 생을 살다 가는 존귀한 분들이 많은 반면, 손톱 위에 얹힌 먼지 같은 힘을 얻기 위해 아첨과 줄서기를 즐겨하고, 둠벙 위에 잠시 스멀거리는 안개 같은 재물을 취하기 위해 탐욕에 눈이 멀고, 생쥐 꼬리 같은 지식을 이용해 구취 나는 변설과 묘설로 곡학아세한다.

생자필멸(生者必滅)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했다.

우리가 사는 생은 짧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루어지고 잠시 머물렀다가 무너져 본래의 텅 빈 자리로 돌아간다.

꾀꼬리도, 까치도, 까마귀도 다 일등이 되고 꼴찌가 되어도 우주 법계는 운행된다.

유한생명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속에 우러나는 생명존중과 배려이다.

태산준령에 잠시 머무는 구름 같은 유한인생을 자기 생명과 같이 자연의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오로지 자기만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안다.

거짓인지 참인지, 부끄러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1등 뽑는 숲속의 노래자랑이 아니라, 개구리, 꾀꼬리, 까치, 까마귀, 독수리가 모두 모두 모여 즐기는 생명의 잔치였으면 한다.

독자 여러분!

요즘 “개구리(蛙)”를 잡는 자, 받는 자, 보셨는지요?

독자 여러분 혹시 보셨으면 알려주십시오.

더위가 깊어지니 초록이 싱그럽습니다.

행복한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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