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의 고장’ 영암의 먹거리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2년 01월 06일(목) 11:31
김한녕 기자/칼럼니스트
氣의 고장 영암. 남도 답사 1번지에 소개된 국립공원 월출산을 배경으로 백제 숨결이 살아 있는 왕인박사 유적지, 도선국사가 신라 헌강왕 6년에 창건한 전라남도의 문화재자료 79호로 지정된 도갑사,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미암 뻘낙지와 삼호 무화과 등 자연과 역사 그리고 먹거리가 잘 융화된 고장입니다.

이른 아침 월출산 천왕봉에 올라 대자연이 주는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능선 길을 따라 도갑사, 그리고 왕인박사유적지를 경유하여 도착한 곳이 독천 낙지골목 입니다. 평일이라 조금 한산한 기운이 돌지만 길게 늘어선 낙지집들 가운데 푸른 정기를 받아서일까 그린 식당이라는 곳에서 들어오라 손짓하는 것 같아 문턱을 넘어 들어갔습니다.

뜨끈한 갈낙탕 한 그릇 주문하려 했더니 함께한 일행이 “그래도 낙지는 탕탕이제”라며 시원하게 맥주 한 잔부터 한잔하자는 말에 “이왕 먹을 거 그럼 탕탕이 낙지볶음 갈낙탕 전부 드시죠”라며 화답했더니 역시 영암 사람들은 먹을 줄 안다며 호탕하게 웃으셨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주인장께 양해를 구하고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 갈 때쯤 고운 자태로 소고기를 품은 낙지탕탕이가 나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산낙지는 쓰러져가는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풍부한 아미노산, 타우린 등 피로감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며 우리 몸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칼슘, 인, 철 등 여러 무기질 및 아미노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줄여 주는 탁월한 식품으로 숙취에 좋으며,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며 부담을 줄여 주기 때문에 간 기능을 활성화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특히 타우린은 항산화와 혈압 안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치매 예방에 좋으며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신이 주신 최고의 식품이라 생각이 듭니다.

허기도 지고 뻘낙지라 그런지 부드러운 식감에 국수 마시듯 후루룩 마시듯 먹고 나니, 빨간 옷을 입은 낙지볶음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 집은 특이하게 통 낙지를 그대로 볶아서 보는 앞에서 잘라주시는데 고락(낙지 머리)을 워낙 즐기는 편이라 주인장께 “고락은 제 앞쪽으로 놔주세요”라고 했더니 함께한 일행들이 따가운 눈초리로 제가 무언의 압박을 주었습니다. 살짝 볶아 조리한 낙지는 탱글탱글 춤추며 입안 마사지를 해주는데 적당한 불향과 시골에서 직접 짜서 사용한 참기름 향이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듯했습니다. 매콤한 양념에 매료되어 공깃밥을 주문하여 밥을 비벼 김에 싸 또 한술 떠보니 이건 문향하마(聞香下馬)라 바다향을 품은 곱창김에 낙지의 조합이라 달리는 말에서 내려서 먹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음식을 즐기다 보니 어느덧 배가 차서 도저히 들어갈 곳이 없는 듯하였으나 이곳에 온 목적인 갈낙탕을 등지고 떠날 수 없어 한 그릇 주문하였습니다. 소갈비로 맑은 육수를 내서 인삼과 대추 등 몸에 좋은 약재를 첨가하고 화룡점정으로 낙지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가 시원한 맛을 더해주니 이것이야말로 산해진미의 끝판왕인 듯했습니다.

너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이제야 눈에 들어온 여러 종류의 반찬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요식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음식을 접해 봤지만, 이 집에선 특이하게 가을 전어로 젓갈을 담아 올려주는데 그 맛이 어찌나 일품인지 갈낙탕과 용호상박(龍虎相搏)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깊고 진한 맛에 매료되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일어나 가게를 나가려는데 주인장의 배려가 묻어나는 듯 저희 신발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맛있는 음식을 끝까지 잘 대접받고 간다는 행복감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氣에 고장 영암에서 월출산의 정기를 받고 낙지를 보약 삼아 2022년 임인년(壬寅年) 한 해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발길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지만 영암에 있는 맛있는 음식들을 독자분들께 소개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약력]
순천대학원 호텔조리학 석사
前G20 핵안보정산회담 chef 근무
前 쉐라톤워커힐호텔 chef 근무
前 서울가든호텔 chef 근무
前 현대호텔 chef 근무
前 스시한, 게이코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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