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무기 보유와 선제타격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관군에서 의병으로 시평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2년 01월 27일(목) 17:42
이병록 소장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미국과 소련은 몇 번의 핵전쟁 위험에 가까이 간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는 쿠바 미사일 사건과 컴퓨터 오작동 등 오해로 인한 몇 건의 사례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전략사령부를 방문하여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란 사실이 있었다. 당시 전략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소련과 핵전쟁을 하여 우리가 두 명이 살아남고, 소련이 한 명만 살아남는다면, 우리의 승리입니다.”라고 보고한 것이다. 군인의 전쟁과 승리에 대한 사고방식과 정치인의 안보와 국익에 관한 판단은 달라야 함을 시사하는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한국 안보의 두 가지 핵심 난제와 쟁점은 전술핵 보유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이다. 먼저 전술핵 보유에 대한 논쟁에 대한 필자의 관점을 밝히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핵을 직접 보유하는 방식과 미군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핵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직접 보유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유럽식 핵 공유 혹은 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한다.

유럽식 핵 공유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이 방식은 우리 영토 내에 미군이 핵무기를 관리하다가 핵 사용이 결정되면 우리 항공기에 탑재하여 투하하는 방식이다. 핵무기 발사 코드는 미국 대통령이 통제하므로, 실제 발사권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동맹국은 핵 사용 거부권은 있으나 명령권은 없다. 이 방식은 전작권도 없는 군대, 즉 주방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를 맡기는 격이다.다른 방법은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법이다. 미군 전술핵이 배치되면 주변국을 동요시켜서 타초경사 하는 방식이 된다. 사드와 갈등을 빚고, 경제적 손실을 보았던 한국으로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전작권이 있더라도 사용 여부는 미국이 결정하여 안보 상황이 더 꼬일 수 있다. 핵 보유를 자주권 차원에서 주장하는 여론이 있는데, 한국 안보는 미국에 더 종속된다.

차라리 전작권을 전환한 이후에 한국이 보유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선제적 공격을 당했을 때 영토적 맷집이 미·중·러와 같지 않다. 핵전략에 필수적인 제2격능력을 보유하려면 전 국토가 화약고가 된다. 국가정책으로 핵무기 보유를 검토한다면, 프랑스와 영국처럼 육지가 아닌 잠수함에 배치해야 한다.

핵전력이 필요하다면 최선은 동맹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력한 첨단 전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SLBM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은 아무도 모르게 바다 밑에서 매복하고 있다. 전략폭격기 B-1B는 최소 34톤 무기를 탑재하고 괌에서 마하 1.2로 2시간 만에 한국에 도착한다. B-2는 스텔스 기능에 18톤 무기를 탑재하고 공중 급유 없이 1만 킬로미터를 비행할 수 있다. 굳이 한국에 전방배치할 필요가 없다. 전방에 배치해야 할 무기라면 전략무기가 아니다. 한국 안보의 상수인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면, ‘혈맹’이란 단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비핵무기인 재래식 전력으로 한국 안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페리보고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윌리엄 페리는 국방부 장관 재직 시에 스텔스와 순항미사일 개발에 주력한 상쇄전략을 발전시켰다. 인공위성 등 조기경보, F-35 스텔스, 사정거리와 탄두를 무제한 늘릴 수 있는 현무 미사일 등 상쇄전략 3축은 북한을 압도한다. 핵무기 없이도 자체 능력으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강력한 한미동맹과 확장억제가 뒤를 받쳐주고 있다.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폭탄의 파괴 능력에 위축될 수 있다. 전술핵무기를 그저 대형폭탄으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첨단 정밀유도무기에 폭발력을 증가시키면 된다. ‘서울이 불바다 되고(북한 발언), 평양이 지도에서 사라지게 할 것(남한 발언)”이라는 말 폭탄이 굳이 핵폭탄이 될 필요는 없다. 어떤 목표를 어떤 수단으로 파괴할 것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6.25 전쟁 때 사용된 재래식 폭탄 양은 63.5만 톤으로 태평양전쟁 50.3만 톤보다 많다. 평양 75%, 흥남 85%, 원산 80%, 신의주 60%, 사리원 95%가 초토화되었다. 75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평양에는 단 두 채 건물만이 남았다는 과장 섞인 표현도 있다. 지금 북한에는 파괴해야 할 산업단지가 없다. 과거처럼 민간인을 포함해서 대량살상하는 전쟁도 아니다.

최첨단 정밀유도무기와 증가한 폭발력으로 북한 지도부만 타격하면 된다. 수백 발의 재래식 발사 명령은 핵 발사 단추를 누름으로써 역사적으로 오명을 남기는 책임도 없다.군사적으로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다. 선제타격을 군사적으로는 금기어로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전작권 전환을 반대하는 대통령 후보가 평시에 그리고 공개적으로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이 아니다. 대통령은 정치 외교 수단과 자신의 리더십이 실패했을 때 군 참모들 건의를 받아들여서 최후 수단으로 선택할 일이다. 자신의 능력과 리더십을 과신하지 않고,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심사숙고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대통령은 전쟁을 막고, 국태민안을 책임져야 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선제공격했지만, 북한에는 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이 수단과 용기, 결단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모의실험 결과 초기 3개월 이내 미국 5~10만, 한국군 최소 50만 명, 민간인 수백만 명, 천조 원 이상 등 인명과 재산 손실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 반대, 핵무기 보유,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강경 일방의 국방안보 참모에게 둘러싸인 것 같다. 역설적으로 전쟁을 선택할 수 없는 전작권이 없는 상황이 전쟁위험이 더 줄어든 나라가 되는 정치 현실이다. 전작권과 핵무기를 갖고, 선제타격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 말고 몇 나라나 될까? 군대가 국민을 지키지 않고, 국민이 군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약력]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동명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 발전연구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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