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외전축 내 얼굴의 상처 - 2부 영암일보 yailbo@daum.net |
| 2026년 06월 12일(금) 1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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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고음악의 불멸의 명곡들을 보면, 톰 존스(Tom Jones)의
소풍이라는 초등학교 때의 즐거운 단어는 행군이라는 군대 언어로 대체되고, 갈색 개구리 모양의 교련복을 입고, 보무도 당당하게 열 맞춰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이란 군가를 악을 쓰듯 부르며 도착한 소나무 그늘이 있는 큰 뫼똥 옆에서, 터진 김밥에 김빠진 사이다를 마시고는 이 야외전축에서 흘러나오는 고고음악에 맞춰 건들건들 흐느적거리며, 다이아몬드니 개다리 춤이니 하면서 얼굴을 맞대던 그 광경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제 야외전축은 카세트레코더나 CD 플레이어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게 없었다면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이 기막힌 전축이 없었다면 우리가 날마다 달콤한 아침잠을 건방지게 깨워 제끼는 ‘새마을 노래’를 어떻게 그저 들을 수 있었을 것이며, ‘위대한 지도자이며, 민족의 태양이시며, 우리의 영원한 등불 비슷한 박정희 어쩌고저쩌고’ 하는 지겨운 제국주의적 깝깝하고 광기어린 땡 뉴스를 시간마다 듣고 살 수 있었겠으며, 강열한 햇빛 속에서 나무로 만든 목총을 짊어지고 그 딱딱하고 재미없는 제식훈련을 견디어 낼 수 있었겠는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그 당시 가정에는 성실하고 아내에게 다감하고 자식에게는 자상하고 엄격한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예비군 훈련 소집을 받고 개구리복만 입으면, 누구나 말 안 듣고 나태하고 잡담이나 하는 문제아들로 변해버리는 것을 통탄하는 정치인이나 장관들이 어찌 한둘이었던가?
이 자者 들이야말로 예비군 훈련을 받아보지 않았던 병역기피자들이 아니었던가?
예비군이었던 우리들은 아무런 의무도 없고 도움도 없으며 생기는 것 하나도 없으면서 금쪽같은 남의 시간만을 축내는, 그야말로 생기는 것 하나 없이 시간만 죽이는 소집훈련은 정말 싫었던 것 아니었던가?
싫은 것은 싫은 것이다. 오죽했으면 내가 그 하루 6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싫어서 정관수술을 해버리고 일주일을 어기적거리며 살았겠는가?
- 책 <늙은 시인들의 동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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