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년 10월 16일(금) 09:43
▲김경호 변호사
숫타니파타 1장 3경. 팔리어 원제는 '코뿔소 뿔의 경'이고, '무소'는 코뿔소의 옛말이다. 1장 열두 경 중 유일하게 최고층(最古層)에 속해, 4장 의품과 함께 붓다의 육성에 가장 가까운 시편으로 꼽힌다. 40여 수의 게송이 저마다 이유를 대고 끝마다 같은 후렴을 붙이는 구전(口傳) 형식이다.
왜 코뿔소인가. 다른 짐승은 뿔이 둘이라 짝을 이루지만 코뿔소만 뿔이 하나다. 실제로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산다. 그러면서도 거구에 시속 40킬로로 달리는, 우직하게 뚫고 나아가는 짐승이다. 곧 '쓸쓸함'이 아니라 '홀로 가되 흔들리지 않음'의 상징이다.
사상적 뿌리는 독각(獨覺)이다. 깨달음의 계기는 남이 줄 수 있어도 깨달음 자체는 끝내 혼자 일어나는 사건이다. 둘이 함께 깨달을 수는 없다. 대승이 훗날 독각을 소승이라 폄하했지만, 원시불교의 이상은 분명 독각이었다.
게송의 논리.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고 거기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구조에 대한 관찰이다. 집착은 가지가 엉킨 대나무 같으니 어디에도 달라붙지 않는 죽순처럼 가라 한다. 가장 날카로운 비유는 황금 팔찌다. 잘 만들어진 팔찌 둘도 한 팔에 끼우면 부딪쳐 소리가 난다. 흠이 있어서가 아니라, 둘이면 원래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게송은 네 겹의 규정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평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속박),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오염), 그리고 무소의 뿔(의존). 앞의 셋을 갖춘 사람에게만 네 번째가 주어진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첫째, 이 경의 첫 게송은 고독이 아니라 불살생과 자비다. 자비가 먼저고 고독은 그다음이다. 둘째, 본문에 명시적 단서가 있다. "지혜롭고 성실하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가라." 곧 실제 명제는 '혼자 가라'가 아니라 '어진 벗이 있으면 함께 가고, 없으면 혼자 가라'이다. 연꽃이 진흙을 떠나지 않듯, 세상을 등지라는 노래가 아니라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어야 비로소 누구와도 함께 갈 수 있다는 노래다.
'코뿔소 뿔의 경’
https://lrl.kr/c1ci5

2026. 9. 14.
好仁 씀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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