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글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칼럼
우리글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 입력 : 2021. 04.19(월) 10:18
  • 영암일보
류재민 주필
요즈음 우리글인 한글을 정말 제대로 가치를 인정하고 그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가를 보면 전혀 아닌 것 같다.

일 년에 한 번 맞이하는 한글날에나 의례적인 기념식과 언론의 몇 가지 프로그램들을 스치듯 방송을 하고 지나가면 언제 그랬나 싶게 모두가 별생각 없이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과학적이고 위대한 우리글을 너무나 홀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늘 못마땅하다 못해 분개하곤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서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 특히 영어가 아무런 규제나 사회적인 문제제기도 없이 일상생활에서 마치 우아함이나 고급스러운 것처럼 일상화되다시피 남용되고 있는가 하면 국제화, 특별함의 의미로 온통 덧칠되어 함부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노년층이나 교육 소외계층과 영어나 외국어에 비교적 이해를 할 수 있는 계층 간에 또 다른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음을 그냥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우스갯소리로 시어머니를 못 찾아오게 하려고 우리말에 없는 외국어로 된 아파트에 살려고 한다는 말이 오간다.

이런 현상을 가장 크게 부채질하고 있는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요즘에 영상 매체들의 드라마 제목은 어찌 그리도 외국어투성이 인지, 아파트 이름들은 하나같이 외국어로 되어 있는지, 한 예를 들면 팩트(fact) 라는 단어를 모든 언론에서 늘 쓰고 있다. ‘팩트 체크’라고 쓰는데 ‘사실 확인이나 점검’이라 쓰면 안 되는가?

일전 지방 신문에 70대 어른이 커피점에 갔는데 직원이 “테이크아웃 할 건가요?” 하고 물었는데 서로 소통이 되지를 않아서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화를 내고 되돌아가더라는 내용이 소개되었다. 그뿐인가 어린이집은 “키즈센터”란 간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과연 아이들에게 한글의 우수성과 자랑스러운 우리글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 한글의 과학적이고 애민 정신으로 창제된 한글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가야 할 것인가를 더 늦기 전에 깨닫고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한글은 학문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창제원리가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애민정신에 기초해 나라의 왕이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글은 애민정신에 입각한 특정한 목적으로 만든 문자이며 한 나라의 국민이 모두 공통 언어로 쓰는 예도 그 유례가 드물다. 특히 한글은 창제 시기, 창제자, 창제 목적과 만든 원리도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는데 이 역시 다른 문자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유네스코(UNESCO)에서는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사람들에게 해마다 “세종대왕 문맹 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라는 이름의 상을 수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보듯이 우리의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는 한글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외국어라 할지라도 일정한 범주 내에서 우리말처럼 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를 ‘외래어’라 하며 우리글로 마땅히 표현이 곤란한 경우나 세계적으로 공통으로 사용되는 단어 등을 우리말의 표준말처럼 사용하게 되어 있기도 하다. 즉 필요에 따라 외국어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범위도 정해져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목들을 보거나 방송되거나 보도되는 내용 중에도 외래어가 아닌 외국어가 아무런 규정이나 걸러짐이 전혀 없이 남발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좀 우아하거나 지적 수준이 높거나, 또는 지식인 것처럼 오용되고 있다.

최근 K-팝이 세계의 팬들을 열광케 하면서 방탄소년단(BTS) 그룹은 한글 가사를 그대로 부르고, 공연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그 한글 가사를 따라 부르고 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우리글인가.

우리 것을 우리 스스로 홀대하고 있음을 바로잡아야 하고 관련 국가기관을 비롯하여 교육현장, 언론매체,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서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우리글의 정체성을 반드시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류재민 주필

[주요 약력]
한국지역산업학회 이사(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교수 역임
동강대학교 총장 역임
광주매일신문 독자권익위원 역임
(사)한국시민기자협회 이사장(현)
미래경영교육연구소 대표(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