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명등(月出明燈)

칼럼
월출명등(月出明燈)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 [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
  • 입력 : 2021. 05.16(일) 11:20
  • 영암일보
발행인 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부처님께서 태어나시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로지 생명은 존귀하다, 삼계가 모두 고통 속에 있으니 마땅히 내가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불기 2565년 사월 초파일 부처님께서 유무정의 중생을 위하여 이 사바세계에 오신 날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天上天下唯我獨存”이라는 탄생게를 통하여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고유한 가치를 가진 존재로 서로 연결되어 의존하고 살아가며, 누구나 부처의 성품을 가진 존재로 언제가는 부처가 될 존재이기에 귀중합니다.

부처님의 본생담을 담은《육도집경》에는 모든 생명체의 무게가 같다는 다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살바달 왕은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이 구하는 바를 마음껏 주었으며 액난을 딱하게 여기고 구제하기에 항상 비창(悲愴)함이 있었다.
제석천은 왕의 인자한 은혜와 덕이 시방(十方)에 덮인 것을 보아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시험하여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는 매로 변화하고 변방의 왕을 비둘기로 변화시켰다.
비둘기는 왕의 발밑으로 들어가서 떨면서 살려 달라고 하고, 매는 내 먹을 것을 돌려 달라고 한다.
왕은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본인의 살을 주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넓적다리 살을 베어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려 하였지만, 비둘기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
왕은 자신의 몸을 자꾸만 베어서 보탰으나 노상 그러하였다.
왕은 살을 베어낸 자리가 아프기 한량없었으나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며 비둘기 살리기만을 원하였으므로 신하에게 명하여 나를 죽여 골수를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라고 하였다.
그때 매와 비둘기는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왕의 보시가 제석천의 지위를 얻고자 함이 아니나 부처가 되어 중생의 곤액을 구제하여 열반을 얻고자 함임을 알고 곧 상처를 치유하였다.”

모든 생명체의 무게가 같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야기다.

비둘기 생명의 무게와 왕의 생명의 무게가 똑같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생명은 하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생명의 가치는 다르지 않으며 그 어떤 생명체라도 가볍지 않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어서 그들을 가두고 고통을 가하고 죽인다.

수많은 공장식 축사에서 몸을 돌이킬 수조차 없는 좁은 틀에 갇혀 살아가다 목숨을 잃고, 때로는 실험실과 좁은 수족관에서, 생존 조건과 전혀 맞지 않는 동물원에서 생명을 마감한다.

또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전염병이 발생하면 반경 3키로미터 이내의 모든 가축이 살처분되며, 병들지 않는 가축들도 인위적인 기준에 의해 무참히 죽어 간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생의 철학자 피터싱어는 그의 저서 “동물해방”에서 인간이 인종과 성별, 직업과 능력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가듯 동물도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괴로움을 느끼는 감수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피터싱어는 인간이 동물을 학대하고 살해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동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교에서는 유정뿐만 아니라 무정중생도 중생으로 본다.

불교에서는 생명이 나는 것을 태난습화 4生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인간은 태생에 포함되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독점적 지위는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른 동물을 지배하고 있고 그들의 생명을 너무나 하찮게 여긴다.

연구라는 미명하에 동물실험이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고기를 먹지 않고도 영양상으로 별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가축이 공장식 축사에서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고깃덩어리로 취급되고 있고, 비좁은 수족관과 동물원에서 고통스럽게 죽어 가고 있다.

부처님의 전생담에 나오는 비둘기와 왕의 무게가 똑같다는 이야기는 모든 생명의 목숨이 갖는 가치가 본질적으로 동등하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독자 여러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第1戒인 不殺生을 지키어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죽이지 않으며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고 구제하는 마음을 내어 봅시다.

그들의 생명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즐거움과 괴로움의 감정이 있는 유정중생이기에 고통을 덜어 주는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는 부처님 오신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