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특혜 받았나” VS “봉사했더니 꼬투리 잡네”

사회
“농어촌공사 특혜 받았나” VS “봉사했더니 꼬투리 잡네”
농덕리 둔덕마을 ‘새뜰사업’ 내홍
마을 개선 사업으로 주민 갈등
A씨,“전 추진위원장 B씨, 사업 일방적 진행시켜 특혜 의혹”
B씨,“불필요한 꼬투리, 마을 위해 무보수 봉사했더니 왜”
이 와중에 영암군은 “농어촌공사가 미지근해서”
  • 입력 : 2021. 12.30(목) 10:12
  • 유우현 기자
영암읍 농덕리 둔덕마을
#1. A씨는 마을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어긋난 것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게 곧 좋은 마을이 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을을 오염시켰다’는 비난에 시달린다.

#2. B씨는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위해 봉사했다. 월급도, 사업에 대한 결정권도 없었다. ‘마을을 대표해달라’는 요청만 있었고, 그에 응해 추진위원장 직에 나섰다. 지금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 뿐이다.

둔덕마을의 민심이 둘로 갈라졌다. 마을의 생활여건을 개조하는 국가사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A씨 일행은 “사업이 전 추진위원장 B씨 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주장한 반면, B씨 일행은 “불필요한 꼬투리를 잡고 있다”라고 맞서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농어촌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일명 ‘새뜰사업’은 영암군이 시행하고 한국농어촌공사 영암지사가 위탁시행자 및 사업 감리 감독 집행자로 진행 중이다. 영암읍 농덕리에 위치한 둔덕마을에서 2019년 착공,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총공사비 18억 1천 4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주택정비 ▲생활위생안전인프라 ▲마을환경개선 ▲휴먼케어 등 농촌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과 삶의 질을 개선하여 농촌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 같은 사업 다른 시선
사업은 시작부터 의견이 갈렸다. 영암군과 농어촌공사 측은 설계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사업 설명회를 열었지만, 이것을 두고 A씨 측은 “정작 사업에 중요한 추진위원회 회의는 ‘전무’했다”는 입장이다. B씨 측은 “회의는 있었으나 당시 몇몇 주민들은 무관심 했기 때문에 불참했다”라고 반박한다. 농어촌공사 측 역시 “몇차례 회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갈등이 본격적으로 가시화 된 것은 ‘담장 정비’부터다. 당초 이 사업에 쓰일 자재는 마을주민들이 협의한 ‘조경석’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원래 협의했던 것이 아닌 저렴한 자재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시공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재료 값은 저렴해졌지만 공사비는 오른 상황. 이 과정에서 최초 예산인 (담장)380m에 1억 4천 1백만원이, 320m에 3억 7천만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또한 실시도면에는 정작 담장을 쌓을 수도 없는 곳까지 설계가 되어 746m로 연장되기도 했다.

A씨와 주민들이 추진위원장인 B씨에게 이의룰 제기 했고, B씨는 사퇴의사를 밝혀 새로운 추진위원장이 선출된다. 이후 새 추진위가 거듭 영암군과 농어촌공사에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속시원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또 다시 갈라져 ‘세번째’ 추진위원회가 출범한다.

당초 주민들이 합의했던 '조경석 찰쌓기'(왼쪽 사진)과 실제 설계된 담장(오른쪽 사진).




A씨는 “농어촌공사에게 담장 공사를 원안대로 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지만 지금껏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농어촌공사는 추진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오라면서도 전 위원장인 B씨의 협의를 얻어오라고 한다”며 “이게 대체 어떤 의미냐. B씨가 농어촌공사의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반면 B씨와 농어촌공사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B씨는 “해당 자재가 없을 때는 다른 것으로 교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설계사 측에서 품목 교체가 필요하여 변경을 한 것”이라며 “당시 코로나로 인해 주민회의를 못 열어 마을 앞에 변경된 자재 견본을 두달이나 가져다 놨다. 그땐 누구도 관심이 없더니 막상 돌 쌓고 나서야 내탓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역시 “자재 값이 저렴해졌다는 것은 오해다”라며 “같은 조경석인데다 조달청 통해서 구매하는 관급자재이기 때문에 품질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봐야한다”이라고 밝혔다.

B씨의 협의를 얻어오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B씨도 우리 입장에서는 똑같은 민원인”이라며 “어느 한쪽 편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합의 된 의견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번도 정식 추진위원회 회의가 개최된 적이 없어 우리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을 위해서 언제든 변경 가능하지만 정식으로 추진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후 합의된 사항이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주택정비, 지붕개량 사업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주택정비의 집수리는 외벽과 창호, 도어, 샷시 등만 해당된다. 그러나 A씨에 의하면 전 추진위원장인 B씨와 이장 C씨는 집안 내부수리인 석고보드, 벽지, 단열재, 온수난방, 장판까지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붕개량사업도 마찬가지다. ‘슬레이트’지붕 철거 및 개량이 원칙이지만 B씨의 ‘기와’지붕이 포함돼 시공까지 마친 상태다.

이에 B씨는 “30년 넘은 주택이면 지붕을 포함하여 자부담 원칙 하에 수리할 수 있다. 심지어 나만 한 것도 아니다”라며 “지붕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른바 ‘샌드위치 판넬’을 원했지만 이번 사업에선 해당이 안됐다. 하지만 내 지붕은 ‘홑강판’이었기 때문에 시공사 측에서 일종의 견본으로 먼저 시공을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CCTV 설치와 무선방송 사업 역시 말이 많다. 본래 이 사업들의 순서는 후순위다. 건물 구조상 마을회관 증축사업과 지붕공사를 마쳐야 시공에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업들에 대한 공사가 있기 전 CCTV 등이 설치됐다. 그리고 마을회관 증축사업과 지붕수리 공사가 있자 CCTV를 철거하여 다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A씨는 “CCTV에 책정된 5천만원도 필요이상으로 과다한데 설치와 철거를 반복하면서 인건비만 빠져나가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측은 “마을회관 증축사업과 지붕공사는 리모델링이기 때문에 CCTV를 먼저 설치해도 큰 무리가 없다”라며 “CCTV를 옮길 필요성이 있다면 시공사 측에서 추가비용 없이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다. 방범용 CCTV를 먼저 설치해서 나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해명했다.

● 영암군, “농어촌공사와 마을관계자, 설계 때부터 미지근”
영암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시행자 책임론이다. 위탁시행자인 농어촌공사가 헤매는 상황에서, 시행자인 영암군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둔덕리의 많은 주민들은 ‘영암군청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 주민은 “지금 고통받는 주민들이 영암군민이지 농어촌공사의 군민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영암군 입장은 단순하다. 위탁을 했으니 농어촌공사에서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 마을 관계자와 농어촌공사가 ‘미지근’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군 관계자는 “위탁을 한다는 것은 모든 사업을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한다는 것이다. 주민 추진위와 농어촌공사가 협의해서 할 일”이라며 “사업 시행 전 회의에서도, 농어촌공사 설계단계에서도 미지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 분열된 마을, 갈라진 민심
마을주민들은 분열과 불신으로 고통받고 있다. 당사자들을 넘어, 서울 등에 거주하는 향우들에게도 소식이 미쳐 사이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A씨 일행에겐 마을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A씨가 사소한 것으로 트집잡아 (전)추진위원장과 마을이장을 괴롭힌다는 주장이다. A씨는 “평상시에는 얼굴도 자주 못뵙던 어르신들도 우리에게 온갖 비판을 가한다. 추진위원회의 회의가 열리면 나를 비방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며 “이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명확한 진상규명 뿐이다”라고 말했다.

B씨 일행 역시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사랑하는 고향이자 마을을 위해 솔선수범 나섰던 일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작당 모의하는 파렴치한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B씨는 “동네가 원주민과 젊은 후배들로 완전히 갈라졌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마을이 정상이 되겠나. 선친부터 일을 해온 동네에서 몇사람들이 나를 코너로 몰고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A씨 일행은 28일, 전남도청과 농어촌공사 본사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는 “이렇게라도 진실을 밝혀서 마을의 악습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말했다.
유우현 기자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