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살던 고향인데’…영암은 그를 버렸다

사회
‘70년 살던 고향인데’…영암은 그를 버렸다
시종면 월롱리 축사 허가 사건
마을 근처 부지에 축사 기습 착공
주민들, 정보공개 요청도 막혀
"축사 허가 과정이라도 밝혀라"
  • 입력 : 2022. 01.06(목) 10:01
  • 유우현 기자
지난해 11월, 기습적인 축사 착공 후 시종면 월롱리의 도로변은 엉망이 됐다. 이외에도 소음, 먼지 등으로 시종면 주민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시종면에서 70년 넘게 거주했다. 폐암으로 큰수술을 받았지만 공기 좋은 고향 덕에 버틸 수 있었다. 당연히 고향은 각별하다. 선대부터 살던 터전이요, 요양할 수 있는 쉼터이자 삶 자체였다. ‘두 달 전’까지는.

지난해 11월 28일. A씨의 일상은 산산조각 났다. 영암군청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으면서다. 거주지로부터 70여 미터. 그곳에 ‘축사’ 허가가 나 착공에 들어간다는 얘기였다.

그저 통보였다. 사업 착수 전 주민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질도 없었다. A씨는 답답했다. “군에서 말 한마디 없던 게 정상이오?”

중장비가 들어왔다. 건축 공사가 시작됐다. 소음이 심하고 분진도 날렸다. 건강은 악화됐다. 축사 악취, 해충 피해는 시작도 않은 터였다. 쉼터이던 고향은 사라졌다.

마을 주민 모르는 마을 근처의 축사 건축 허가. 부당하다 느꼈다. 진상을 알고 싶었다. 배신감이 앞섰지만 군청뿐이었다. 오래가진 않았다. 담당자 말이 허탈했다. “규정 상 문제없어 허가 했다. 동의를 구하는 것은 축사 근처 50m 안쪽에 거주하는 경우다.”

이의 제기는 쉽지 않았다. 한 평생 농사만 지었다. 관련 절차를 알 리 없다. 그새 착공 소식이 퍼졌다. 마을 주민들도 목소리를 냈다. 분노는 모두의 것이다. 도처에 현수막이 걸렸다. A씨도 힘을 냈다. 탄원서 제출, 정보공개 청구. 주민들이, 지인이, 가족이 그를 도왔다.

건축 허가의 과정. 허가증의 구체적 내용. 축사 허가현황 등. A씨가 정보공개에 청구한 내용이다. 기다리는 것만 20일. 군청에서 답변이 왔다. “건축주가 서류일체 비공개 요청을 하였기에 (중략) 규정에 따라 비공개 결정을 통지하고 (생략)” 덩그런 네 줄만 남는다. 건축허가일, 착공신고일, 건축허가면적, 사업부지. 영암에서 약 639,480시간을 보낸 70대 노인이 50시간을 고민하고 480시간을 기다려 얻은 답변이었다.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다. A씨는 덤덤했다. 이의제기에 착수했다. 규정을 원하니 규정에 맞춰 작성했다. 오래가지 않았다. 담당자 말이 허탈했다. “이의신청을 구체적으로 명시 해달라” A씨는 처음을 떠올렸다. 구체적 사항을 몰라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것을 거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구체적 사항을 몰라 그것은 반려된다. 영암군의 행정은 무한동력이다. 엔진은 규정이다. 민원인은 노폐물이다.

그제야 A씨는 고향에 절망했다. 행정에 의한 것이지만 행정의 도움을 받아 행정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고향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고향으로부터 일어나게 한다.

법에 어긋나는 것이 없기에 문제될 것도 없다. 다수가 아니기에 눈에 띄지도 않는다. 50m 이내에 거주하면 알릴 의무가 있지만 그는 75m 밖에 사는 소수다. 영암군청은 “주민들이 행정을 불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A씨(탄원인)의 집과 축사부지 사이의 거리.
유우현 기자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