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 돌아보고 내다보고

칼럼
한국 안보, 돌아보고 내다보고
‘관군에서 의병으로’ 이병록 시평
  • 입력 : 2022. 01.06(목) 11:38
  • 영암일보
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외교안보사령탑인 대한민국호 선장이 바뀌는 해이다. 경제와 사회 등 전반적인 국정 문제는 거대한 빙산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대통령 임기 안에 해결할 수도 없다. 일부는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빙산의 일각이란 표현처럼 물밑에 보이지 않는 문화는 매우 느린 속도로 바뀐다.

반면에 외교안보문제는 선장이 배 방향을 틀어서 빙산과 암초를 피하듯이 지도자 능력과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하향식(Top-down)으로 정책방향의 큰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연평도에서 남북해군이 전쟁 중에도 금강산 관광은 중단하지 않았다.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때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중단되었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일에 대통령 한마디면 충분했다.

군인의 임무는 전쟁을 일으켜서 이기는 것이 아니고, 전쟁을 막는 것이다.

1월 1일 새해가 시작하는 날에 탈북사건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정치화와 안보문제로 확대 해석을 하고 있다. 북한 주민 한 명이 대한민국에 살기 싫어서 떠났거나 죄를 지어서 피신한 경우이다. 합법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배를 타고 밀항할 경제적 수준이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의 단순 사건일 것이다. 초병이 한순간 경계를 게을리했다거나, 보고를 받은 상급부대에서 작전한 내용은 군 내에서 조사하고 조치하면 된다.

이를 마치 전군이 정치화되고, 전 장병이 기강이 해이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잘못된 것이다. 심지어는 아직도 주적개념을 가지고 적이 없는 군대라서 일어난 사건으로 해석한다. 군 내부 상황을 정치적으로 보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군을 정치화하는 행위이다.

군의 목표는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주적 논쟁보다는, 안보를 위협하는 우선순위 논쟁은 필요할 것이다. 우리 주 위협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다. 우리 군을 멸치를 잡는 그물로 만들 것이지 상어를 잡는 그물로 만들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모든 고기를 다 잡는 그물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쓸모가 없다.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만 하고 있다. 우리 군도 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기차에서 발사하는 단순한 수준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기술적 차이가 크고, 생존성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거기에 추가하여 2020년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풀려서 사정거리와 탄두제한이 없어졌다.

현대전은 국민을 대량살상하고, 전 국토를 파괴시키는 전쟁이 아니다. 국토를 점령하여 식민지화하는 전쟁이 아니고, 정권만 교체하는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필요한 목표만 정밀타격하면 된다. 전시라도 핵은 쉽게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이고, 비핵무기는 제한이 없다. 남북한은 대량살상무기와 파괴력이 증가된 정밀무기가 대치한다.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고, 무력적인 방법이지만 세력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세계 6위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대한민국을 지켜주고 있다. 天下雖興 好戰必亡(천하수흥 호전필망) 나라가 비록 흥성하다 하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게 마련이고, 天下雖安 忘戰必危(천하수안 망전필위), 나라가 비록 평안하다 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지게 마련이다. 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군사안보의 핵심이다.

정치 임무는 우발적 충돌을 막아서 장병과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때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이명박 정부 때 대청해전, 천안함과 연평도가 공격을 받았다. 이는 보수와 진보 문제가 아니다. 남북 사이에는 잠시 총성만 멈춘 휴전상태일 뿐이다. 정전협정은 군사적 대결만 잠시 멈춘 것이다.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한 독재만 있었지, 긴장완화를 위한 정치적 조치가 없이 정치가 군사에 종속되었다. 군대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명령만 내리면 즉시 방아쇠를 당길 태세이다.

9.19군사합의는 지켜지지 않는 정전협정을 복구하는 합의이다. 추가적으로 육해공군 기동과 사격훈련구역과 규모를 약속했다. 이로써 우발적인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오해로 인하여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했다. 더 한 단계 높은 안전장치는 종전선언이다.

919군사합의가 총을 안전장치에 두고 겨누는 상황이라면, 종전선언은 실탄을 장전하지 않고 대치하는 상황이다. 남북 양쪽이 같은 상황인데도, 일부에서 무장해제라는 비난이 있었다. 무장해제라는 것은 1907년에 있었던 상황으로 적은 무장하고 아군은 총을 버리는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종전과 평화를 위한 진전이 있여야 한다. 절반의 통일을 이룬 서독 정치인 빌리 브란트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군사적으로 현상을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다음 정부가 추진해야 할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사실상 통일 상태인 남북공존을 얘기했다. 야당은 헌법에 명시된 통일포기선언이라고 비난했다. 이 문맥만 보면 평화와 통일에 대한 보편적인 진보와 보수 가치관이 이론적으로 일치한다. 다만 평화가 최종목표가 아니고, 통일로 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야당은 압박을 통한 북한 붕괴와 적대적 대결을 추구하지 말고, 과정으로써 통일을 인정해야 한다.

보수언론과 야당은 한미관계가 파탄되었거나 한미동맹이 흔들린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동반자 관계이다. 한미동맹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켜야 한다. 무조건 미국 편에 서서 중국과 대결하는 국면이 되서는 안 된다.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무너지고, 인조의 친명배금 정책이 병자호란 원인이 되었던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눈 감고 한 편만 드는 외교 정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정책이다. 다음 대한민국호 선장은 슬기롭게 통일외교안보 순항을 방해하는 풍랑을 헤치고 안전한 항구로 이끌어야 한다. ‘희망정부’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약력]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동명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 발전연구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