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칼럼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관군에서 의병으로’ 시평
  • 입력 : 2022. 03.03(목) 10:09
  • 영암일보
이병록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 사이에는 역사와 영토 문제도 같이 얽혀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중국에 대하여 침략에 대한 역사적 앙금이 있고, 독도 등 영토 문제가 얽혀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고구려가 돌궐과 형제 관계를 맺어 수나라에 대항했던 방식의 원교근공이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략이다. 또한, 과거에는 전쟁이 외교적 수단의 하나였고, 외교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왕조시대에는 국민 의사와 무관하게 왕의 단독결정으로 전쟁이 일어나곤 했다. 근대 민족국가가 성립하면서 전쟁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전쟁으로 바뀐다. 1차 대전이 국민이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한 마지막 전쟁이라는 해석이 있다.

전쟁 목적이 왕의 패권적 야망에 근거하지만, 경제적인 목적이 빠질 수 없다. 농경 국가에서는 섬멸전을 할 필요가 없다. 농토와 농민들이 주요 산업수단이기 때문에 정권만 탈취하면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자원이 제한된 유목 국가에서는 경쟁 부족을 섬멸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석탄, 철광 혹은 식민지를 쟁탈하기 위한 전쟁이 잦았다. 시대 상황적으로 분석하면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의 침략을 많이 받았지만, 왕조 중간에 일어난 전쟁은 거의 없다. 중국과 일본이 분열된 국가를 통일하고, 남아도는 숙련된 병사들로 주변국을 넘본다. 전쟁을 통해서 정권과 경쟁이 될만한 장군들이 죽기도 하고, 반대로 장군들에게 줄 봉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 될 수도 있다.

핵무기가 등장하면서 강대국 간에 직접적 충돌은 사라졌다.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강대국끼리 직접 교전하지 않고, 반대편 군을 지원하는 대리전이 많았다. 강대국이 직접 지배하지 않고, 정권만 교체하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배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쟁 결과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와 영토가 얽혀있다. 백두산을 성지로 보는 우리와 만주족, 예루살렘을 성지로 갖는 아랍민족과 유대 민족 사이의 갈등과 비교할 수 있다. 10세기에 키예프에 수도를 둔 키예프 루스국이 공통적 시발점이었다. 러시아는 1804년에 우크라이나에 우크라이나어 수업을 금지하면서 언어 말살 정책을 택했다. 일제가 우리에게 했던 방식이다. 따라서 히틀러가 소련을 침략했을 때, 우크라이나 국민 일부는 독일군을 해방자로 인식했다. 히틀러가 이런 인식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했다면, 전쟁 양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민 77.8%가 우크라이나 민족이고, 17.3%가 러시아 민족이다. 러시아 민족은 러시아어를 쓰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즉 러시아 부근에 많이 살고 있다. 1991년 12월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정세 불안을 틈타 국가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90%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독립을 결정했다. 2014년 크림반도 주민들이 95%의 찬성으로 러시아 통합을 결정했다. 민족과 역사, 언어 등이 아직도 국제정치를 흔들고 있다.

지도자 정치·외교적 능력의 중요성
우리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유럽(미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다. 강대국 틈에 낀 약한 나라는 강해지든지 유연한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 친명 배금 정책으로 병자호란을 맞아야 했던 조선과 친러와 반러를 극단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우크라이나는 닮은꼴이다. 전략적 식견이 부족하고, 이념과 잘못된 대중영합주의에 빠진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불필요한 전쟁 재앙에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우크라이나가 아니고 러시아 입장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처럼 위기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대통령이라면 우리는 우크라이나 입장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미국과 미사일지침을 개정하고, 국방비를 증액하는 등 안보 상황을 개선했는데, 한미동맹이 와해 되었다는 등 이념적으로 고착된 생각을 하는 정치인이 있다. 정전협정이 상당 부분 유명무실화되었는데도, 정전체제를 신줏단지처럼 여기고 있다. 대화와 협력을 불필요하게 여기면서도, 북한의 군사 행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안보적 불안감을 조성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뀌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했는데도, 낮은 출산율, 높은 자살률은 국민이 과도한 경쟁력에 눌려있거나, 행복하지 않다는 증거이다. 과거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대전환 시기에 적합한 준비된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약력]
예비역 해군 제독
정치학 박사/수필가
100북스학습독서공동체 이사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동명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 외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전)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
전)합동참모본부 발전연구위원
영암일보 논설주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