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잇따른 극단적 선택, 뚜렷한 해결방안은 어디에...

사회
‘공무원 잇따른 극단적 선택, 뚜렷한 해결방안은 어디에...
- 직장내 괴롭힘 악순환, 뚜렷한 개선책 없다
  • 입력 : 2023. 06.01(목) 10:17
  • 영암일보 박소연기자
직장내 괴롭힘
공무원 잇따른 극단적 선택, 뚜렷한 해결방안은 어디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

16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원주시 태장동의 한 아파트에서 원주시청 소속 공무원인 5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같은 날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봉화읍 한 아파트에서 봉화군청 소속 8급 30대 공무원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B씨는 오는 8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2019년 11월 임용돼 4년차 공무원인 B씨는 지역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올 1월 군청으로 전입, 환경 관련 업무를 해왔다. 현장에서 외부 침입 등 범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의 한 리조트 14층에서 원주시청 9급 공무원인 20대 C씨가 추락해 숨졌다. 당시 C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며 주변에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23일 공무원노조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복지부 공무원 D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용노동부 지청 등에서 13년간 일하던 D씨는 2021년 10월 복지부로 와 3주가량 근무하다가 휴직을 결정했다.

“전임자가 일을 하지 않고 갔는데 그걸 내가 다 하면서 욕을 먹는다. 직장에서 사람대접을 못 받고 있다.”

D씨의 정신과 상담 진료 기록 중 일부다. D씨의 정신과 진료기록지에는 D씨가 직장 복귀를 두려워한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후 휴직 4개월이 지난 지난해 3월에도 D씨는 “팀장이 내가 실수를 했다며 공개적으로 욕을 하고 소리를 쳤다”고 상담에서 털어놨다.

40대 공무원 D씨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공무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25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극단선택으로 순직을 청구한 공무원은 4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시행된 2018년 9월 이후 최대 수치로, 전년(26명)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도별로는 2018년(10~12월) 3건, 2019년 20건, 2020년 19건 등이다.

앞서 발생한 공무원들의 극단선택 관련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민원인 응대 등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좁혀진다.

최근 법원은 1심에서 상관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천소방서 초임소방관 사건의 가해 소방관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가해 소방관인 A씨는 지난해 4월 소방서 차고지에서 군기를 잡겠다며 둔기로 피해자가 신은 신발을 눌러 발등을 찍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일에는 천안지청에서 근무하던 30대 공무원이 민원인 응대 업무를 하던 중 민원인에게 고소를 당하는 등의 일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4월에도 구리시 소속 1년 차 공무원이 민원인을 상대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순직 신청조차 원활하지 않다. 박혜원 법률사무소 가득 보훈 전문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순직한 공무원들은 대화 내역이나 녹음 등 증거가 남아있지 않다면 주변인들의 진술서가 필요한데 공무원 사회는 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특정 부서에 수년간 근무를 하고 그 인원조차 많지 않아 특정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목격자 진술을) 거절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면서 지자체에서도 관련 조례안을 만들고 있지만 부분적 조치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처에서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마음상담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관련 인력이 부족해 상담사 1명이 1545명을 상담하는 수준이다.

최혜영 의원이 인사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센터를 찾은 공무원은 2만7000여명, 재작년엔 3만4000명이다. 그러나 전국 8개 센터에 상주하는 상담사는 센터당 2~5명으로, 총 22명이다.

지난해 7월 행안부에서 국가 • 지방직 공무원 수 동결 등을 내용으로 한 ‘정부 인력 운영 방안’을 발표해 지자체는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정원을 증원할 수 없게 됐다. 퇴직, 휴직을 택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남은 인력이 일을 떠맡아 직장내 괴롭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박중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인력난을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공무원들 사이에서 잇따르는 극단선택 문제도 이대로는 막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뚜렷한 개선책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점이다.
영암일보 박소연기자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