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얼굴을 보지 못한 제자들 - 동중서

칼럼
스승의 얼굴을 보지 못한 제자들 - 동중서
#25 재미있는 철학이야기
  • 입력 : 2024. 04.04(목) 11:25
  • 영암일보
강성률 철학박사
만리장성을 쌓고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일으킨 진시황제가 사망한 후, 얼마 가지 않아 진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이어 유방(劉邦)에 의해 한나라가 세워졌지만, 한갓 무인(武人)에 지나지 않았던 그는 유생의 갓에 오줌을 싸는 등 별의별 짓을 다했다. 그의 신하들 역시 유학자들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제7대 황제인 무제에 의해 “어질고 바른 선비를 추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유학자가 바로 동중서(기원전 179~104)이다. 학문에 대한 그의 태도는 너무나 고매하여 서재에서 연구하는 3년 동안 문밖에 있는 꽃밭에마저 나온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강의 역시 서재 안에서 하였기 때문에 스승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제자가 많았다고 한다. 무제에 의해 강도왕의 재상으로 임명된 동중서는 음양오행의 학설을 적용하여 비를 오게도 하고 그치게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남몰래 써두었던『재이기(災異記)』라는 책의 원고가 발각되어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무제가 그의 업적을 생각하여 특사로 풀어주긴 했지만. 소실된 책의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아마 조정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지 않은가 추측된다. 즉 ‘군주가 교만하고 음탕하면 위아래의 질서가 문란해져서 요사스런 일이 일어나니, 이것이 곧 재난의 원인이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이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정에서는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의 가르침을 받아오곤 하였다. 그때마다 동중서는 오직 유학 경전에 바탕을 둔 충언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유교가 중국의 국교로까지 자리 잡게 된 바탕을 마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에 의하건대, 하늘과 사람은 본래 그 구조가 같다. 사람은 작은 하늘로서, 우리 몸속에 있는 366개의 작은 뼈들은 1년 365일의 날짜 수와 같고, 12개의 큰 뼈들은 1년 열 두 달과 같으며, 오장(五臟,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은 그 작용에 오행(五行)이 있는 것과 같고, 사지(四肢, 두 팔과 두 다리)는 그 임무가 사시(四時, 봄, 여름, 가을, 겨울)와 배합되는 것과 같으며, 눈을 한번 뜨고 감는 것은 마치 낮과 밤이 뒤바뀌는 것과 같다.

또 사람의 감정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는데 그것은 봄날의 유쾌함(喜), 가을날의 소슬함(怒), 겨울날의 서글픔(哀), 여름날의 환락(樂)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하늘은 그의 작용으로써 사람을 만들었으며, 그러기에 사람의 활동은 하늘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가 정치를 할 때에는 하늘의 운행을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 바, 하늘의 숫자가 3(하늘과 땅, 사람. 혹은 해와 달, 별)과 열 둘(1년 열 두 달)인 것처럼 정부에도 반드시 3공(公)을 두고 1공마다 3경(卿)을, 1경마다 3대부(大夫)를, 대부 한 사람마다 그 아래에 3사(士)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공경대부사는 각 층마다 4계급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하늘이 복과 화를 줄 수는 있으되, 그 원인을 제공하는 쪽은 어디까지나 사람들이다. 가령 군주가 교만하고 음탕하면 제후들이 그를 배반하여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서로 영토를 빼앗느라 혈안이 된다. 이렇게 되면 덕의 가르침이 무색해지고 형벌이 문란해지며, 형벌이 문란해지면 곧 사악(邪惡)한 기운들이 일어나고, 이런 일들이 계속 쌓이면 위아래가 화목하지 못하여 음양이 서로 어긋나고 만다. 이렇게 하여 요사스런 일, 즉 재난과 이상야릇한 일들(災異)이 발생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밖에 동중서는 엄청난 부의 격차를 목격한 다음, 계급적 모순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영암일보 yailbo@daum.net
키워드 : 동중서 |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