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라 - 묵자

칼럼
차별 없이 모두를 사랑하라 - 묵자
재미있는 철학이야기
  • 입력 : 2024. 04.18(목) 11:41
  • 영암일보
<사진=강성률 철학박사>
묵자가 묵(墨)이라는 성을 갖게 된 것은 죄인의 얼굴에 먹물로 문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묵자 자신의 피부가 대단히 검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묵자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머리를 박박 깎은 채 관(冠)을 쓰지 않았으며, 금욕주의 생활을 하였다.
그가 사는 집의 높이는 석 자(약 90cm) 남짓하였고, 거친 음식을 먹었으며 여름에는 칡 베옷, 겨울에는 사슴 가죽옷을 입었다고 한다.
그에 있어서 옷이란 추위와 더위를 피할 만큼, 음식은 체력을 유지할 만큼, 집은 비바람을 막을 만큼이면 충분하였던 것이다.

묵자는 말년에 학원을 세우고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철저한 규율로 다스려나갔다.
어찌나 명령 체계가 잘 세워졌든지, 가령 진나라의 복돈이란 사람은 그의 아들이 살인을 저질렀을 때, 왕의 사면 방침을 거절하면서까지 묵가의 규약을 들먹이며 아들을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고 한다.

묵자는 또한 뛰어난 기술자이기도 했다.
한 번은 3년 동안의 끈질긴 노력 끝에 나무로 한 마리의 솔개를 만들었으며, 그것을 하늘로 높이 날려 보냈다고 전해진다.
물론 다소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그가 절묘한 기술을 가졌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나무 솔개가 나무 수레만 못하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수레의 경우, 다만 몇 토막의 나무와 하루 정도의 작업 시간만 투자하면 만들 수 있고, 또 일단 만들어놓으면 삼십 석(石:=섬. 한 말의 열 곱절)이나 되는 화물을 멀리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효용성이 있다.
이에 반하여, 나무 솔개는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실제 생활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완상품(玩賞品:놀이삼아 취미로 감상하는 물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묵자 사상의 핵심은 겸애(兼愛), 즉 ‘자기 자신이건 다른 사람이건, 친하건 친하지 않건 모두를 차별 없이 똑같이 사랑하는 것’에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일어나는 전쟁이나 개인과 개인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은 모두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데 그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서 겸애설이 등장하였던 바, “하늘이 모든 백성을 구별 없이 사랑하는 것과 같이, 우리도 다른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교 쪽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한다. 과연 나는 나의 아내와 다른 사람의 아내를 차별 없이 사랑할 수 있겠는가?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은 도리어 모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또 나의 어버이를 다른 사람의 어버이와 구별하지 않고 대하는 것이 과연 사람의 할 도리인가?
이 역시 자기의 부모에 대한 불효를 오히려 정당화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맥락에서 맹자는 겸애설에 대하여 ‘임금을 무시하고 아비를 업신여기는 짐승의 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오해에 기초)

또한 묵자 사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평화주의이다. 본래 하늘은 전쟁 대신 평화를 원한다.
모두가 잘되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통치자들은 가급적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인구를 늘어나게 하는데 온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전쟁이야말로 재산의 낭비와 인구의 감소를 가져오게 하는 가장 가증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하늘의 뜻에 위배되는 전쟁은 피해져야 한다. 급기야 군축론(軍縮論), 즉 ‘군사 장비와 무기를 줄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묵자의 평화주의 사상은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겸애의 사상과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평화주의, 그리고 절약을 강조하는 등의 묵자(墨子, 기원전 470~380년 무렵) 사상은 유가 및 도가와 더불어 중국 3대 사상의 하나로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