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박람회에 비추어 영암문학을 생각하다

기고
목포문학박람회에 비추어 영암문학을 생각하다
  • 입력 : 2021. 10.13(수) 14:23
  • 영암일보
조 정 작가
도시를 활짝 열고, 한국문학의 빛나는 문장들과 문장 생산자들을 부활시켜 보여주는 목포가 오랜만에 목포다웠다.
10월 7일 시작된 목포문학박람회 마지막 날인 10일은, 출퇴근시간도 아닌데 갓바위 문화거리로 가는 길에 자동차 행렬이 길었다. 목포시가 갓바위 인근 문화거리와 원도심 곳곳에 문학 행사와 전시, 바다를 무대로 한 야행쇼 등 볼거리를 풍성하게 마련하고 손님을 맞는 중이었다. 길이 막혀도 마음은 설레는 행렬이었다.
근대문학 틀거리를 확장한 박화성, 김우진으로부터 김현, 차범석, 황현산 등 목포가 플랫폼이 되어 생산해낸 서남해안의 문학적 성취와 감수성은 여전히 탁월하다. 그럼에도 전남 혹은 서남해안 문학이 오래 방치되거나 그 수확이 돌봄을 받지 못한 까닭을 관련 학자들이 정리하리라 생각했다.
필자가 참여하는 행사는 100년에 한 명 나기 어렵다는 평론가 김현 선생(진도 출신)을 기리는 <김현문학축전>이었다. 이 축전은 벌써 15회가 되었으나 금년에 시작된 문학박람회와 잘 어우러져 의젓했다. 김현 선생의 간접적 제자 아닌 작가가 있겠냐는 말을 지인과 나누며, 향토문화관 뜰에서 김현 기념비 제막식을 지켜보던 1995년 봄을 떠올렸다. 김현문학전집 열여섯 권을 출간되자마자 사서 굶주림을 채우듯 읽었던 문청이 초대받지 않은 채 서울에서 달려와 선생을 추모했었다.

어둠이 짙어서야 축전 행사가 끝났다. 밤길을 달려 회문리 친정으로 왔다. 오는 길에 내 고향 영암의 문학을 생각했다.
이번 박람회에 장흥, 순천, 강진, 해남 등의 문학을 소개하는 부스는 있었으나 영암은 없었다. ‘영암군은 영암 문학과 문학인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정리하는 중일까.’ 궁금했다. 학업을 위해 50년 전 고향을 떠난 필자는 마음만 수구초심일 뿐,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영암의 중요한 문화 혈맥을 짚지 못 하니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몇 년 전, 왕성하게 활약하는 문인이 많기로 유명한 장흥군이 주최한 <한국문학특구 포럼>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행사는 영암, 강진, 장흥 군수, 문화원 관계자, 문학에 관심 있는 군민들이 함께 참석해서 퍽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1박2일간 참여하며 장흥 문인들이 조금 부러웠고, 군수님까지 참석했으니 이 기회에 영암도 문학 정책과 자료들을 축적해가지 않을까 기대를 품었다.
필자의 과문 탓이겠으나, 아직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 했다.
그럼에도 목포문학박람회를 보고 오며 다시 영암문학을 생각했다. 선배들을 찾아 단 한 편 글이라도 발굴수집하고, 현재 활동하는 문인들을 탯자리로 불러 모으고, 영암에서 자라는 미래 문인에게 꿈을 심어주는 계기들을 상상한 것이다.
근래 국악, 대중가요, 바둑 등에서 걸출한 인물들을 알리는 영암군의 노력은 빛나는 성과를 보였다.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정책 관리자들의 수준과 안목이 높아졌을 터이니 과한 기대는 아닐 것이다.

문학은 아무리 가져도 배고프고 목마른 물질적 갈망을 관조하도록 돕는 힘을 가졌다. 자칫 세파에 매몰되었던 ‘청명한 나의 존재성’을 만나게 하는 힘도 가졌다. 기술문명과 협업하는 영상과 만화의 힘이 막강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받치는 기반이 문학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등단 직후 식사 자리에서 선배 시인의 조언을 들었다.
“고향이 어딥니까? 자기 고향을 소재로 시를 못 쓰는 사람은 시인 자격이 없어요.”
사람마다 이 말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르겠지만 내게는 매우 인상 깊었다. 고향 사람들 삶을 도외시하지 말라는 조언의 영향으로, 1960년대에 할머니 친구 분들이 마실 와서 나눈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꺼내 서사시집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내년 초에는 출간될 예정이다.
“문학은 문학인을 위한 것도 아니며, 인간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존재론적 차원에서 무지와의 싸움을, 의미론적 차원에서 인간의 꿈과 관련한 불가능성과의 싸움을 뜻한다”는 김현 선생의 말이 목포문학박람회 홈페이지에 적혀있다.

월출산 기상, 영암 감수성을 엔진으로 장착한 영암 문인들의 작품이 세상을 부축하는 문학적 싸움은 얼마나 근사한가.
목포시 덕분에 지역과 지역의 문인들이 피차 건필을 격려했던 문학적 가을이다. 영암에서도 긴 안목을 가진 행정가와 독자들이 지역문학의 터를 확장시켜 주기 기대하는 가을이다.



[저자약력]
(영암읍 회문리 태생)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등단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
장편동화 <너랑나랑평화랑>
공저<그대, 강정>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