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호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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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의 호칭 이야기
  • 입력 : 2022. 01.12(수) 17:20
  • 영암일보
월봉 김오준
시인 / 광주문인협회 이사
영부인(令夫人)은 본래 지체 높은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3인칭의 호칭이다. 군부 독재주의 시절 박정희 정권때는 영부인이라는 단어는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별한 호칭으로 사용되기도 했다.대통령 가족에 대한 호칭은 지나치게 높이면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지나치게 낮추면 무례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대통령 부인의 법률적 용어는 '대통령 배우자'가 맞다.

야당의 대선 후보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며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배우자의 학력 및 경력 허위 기재 논란으로 공정과 상식이라는 자신의 대선 출마 명분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상대당 후보 진영과 일부 언론들은 매우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처럼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대선후보의 배우자는 선거운동뿐만 아니라 당선되면 대통령 임기 동안 매우 중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배우자 엘리너 루스벨트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빛나는 봉사활동으로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영원한 퍼스트 레이디’로 남아 호평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도 남편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하고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퍼스트레이디 경험을 살려 정치를 잘해 볼려고 했던것 같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배우자들에 대한 기록은 2007년에 출판한,'한국의 퍼스트레이디'라는 책에서 잘 정리해 놓았다. 그 내용들을 간추리면, 프란체스카 여사는 오스트리아 여인이었다. 1933년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다가 스위스 제네바의 호텔 식당에서 우연히 이승만 박사를 만났다. 두 사람은 1934년 뉴욕에서 결혼했다. 스물다섯살 차이였다.공덕귀 여사는 일본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조선신학교 신학부 교수를 한 엘리트였다. 1949년 윤보선 서울시장의 구혼을 받아들여 결혼했다. 윤보선 시장은 쉰두살, 공덕귀 여사는 서른여덟살이었다. 육영수 여사는 1950년 부산에서 6촌 오빠의 중매로 박정희 중령을 만나 대구에서 결혼했다. 남편은 서른네살, 부인은 스물여섯살이었다. 1963년 박정희의 대통령 당선으로 청와대 안주인이 되었지만, 1974년 서울 국립극장 광복절 기념식 도중 문세광의 총에 맞아 불행히 숨졌다. 최규하 대통령 부인 홍기 여사는 충북 충주에서 한학자의 딸로 태어났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안 어른들로부터 한문과 교양을 배웠다. 열아홉살이던 1935년 할아버지의 중매로 경성제일고보 학생이었던 최규하 대통령과 결혼했다. 당시 신랑은 열여섯살이었다.이순자 여사는 아버지 이규동씨가 육군사관학교 참모장이었던 진해여중 2학년 시절 집에 드나들던 전두환 육사 생도를 만났다. 1959년 결혼을 위해 이화여대를 그만뒀다. 전두환 중위는 스물여덟살, 이순자여사는 스무살이었다. 김옥숙 여사는 1952년 경북여고 1학년 때 친오빠 김복동의 육사 동기인 노태우 생도를 만났다. 세살 차였다. 두 사람은 1959년 대구에서 결혼했다. 손명순 여사는 이화여대 재학 중이던 1951년, 서울대 철학과에 다니며 국회 부의장실에서 일하던 김영삼 과 선을 보고 결혼했다. 스물네살 동갑였다. 이희호 여사는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미국 유학을 하고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강사를 거쳐 YWCA 연합회 총무로 활동하던 엘리트였다. 마흔살 때인 1962년 김대중 대통령의 구애로 결혼했다. 이희호 여사가 한살 많다. 권양숙 여사는 봉하마을에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노무현 대통령과 사귀다가 1973년 결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살 위였다. 김윤옥 여사는 이화여대 메이퀸으로 24살에 6살 위인 이명박 대통령과 1970년 결혼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우자가 없었다. 1974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 곁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경험이 있었다.김정숙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2년 후배였다. 법대 축제 때 파트너로 만나 7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했다.

언론매체 한겨레는 창간 이후 대통령 부인을 표기할 때 ‘대통령 부인 ○○○씨’라고 했다. 여사라는 단어가 권위주의적 표현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2017년 8월부터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로 호칭을 바꿨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김혜경씨는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김건희씨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얻게 될 것이다.김혜경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의 소개로 이재명 후보를 만났다고 한다. 이재명 후보의 적극적인 청혼으로 두 사람은 1991년 결혼했단다. 이재명 후보가 세살 위라고 한다. 김건희씨가 윤석열 후보와 결혼한 사연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열두살 차이다. “대한민국 퍼스트레이디, 그들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최고 통치자의 반려자로 권력의 심장부에 동행하였고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때로는 권력의 정점에 고립된 대통령과 현실 세계 사이를 이어 줄 생생한 여론 전달자로서 커다란 중재역할을 해야할 막중한 책임도 있다. 따라서 퍼스트레이디의 걸어온 삶의 족적과 정신세계는 국민들의 당연한 관심사요. 사전에 충분히 검증되는게 당연한 일이다.

영부인은 원래 '부인'에서 기인한 용어다. 부인(夫人)이란, 남의 아내를 정중하게 일컫는 단어였다. 옛날에는 사대부 집안의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직접 부를 때 쓰는 표현이기도 했다.

용어의 기원은 중국 주나라의 예법으로서 제후의 아내를 일컫는 말이기도 했다. 천자가 신하에게 제후의 작위를 봉해줄 때 그의 아내에게는 내명부의 최고품계인 '부인'의 품계가 내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때 제후의 아내를 '부인'이라고 불렀던 기록이 등장한다. 신하가 나라에 큰 공을 세우고 제후의 작위를 받으면 그의 아내에게도 부인이 봉해졌는데 명칭은 "OO군 대부인"이었다. 또한 예기에 따르면 천자의 비(妃)는 후(后), 제후의 아내는 부인(夫人), 대부의 아내는 유인(孺人), 사(士) 아내는 부인(婦人), 서인의 아내는 처(妻)로 분류했다. 712년 신라 성덕왕때 김유신이 삼국통일에 공이 커 논공시 김유신의 둘째 아내 지소에게 '지소부인'의 칭호를 하사한 기록이 보인다 지소는 김춘추의 셋째 딸이었다.김유신의 첫째 아내에게도 '제대부인'의 칭호가 하사 되었다. 영부인(令夫人)을 “대통령 부인”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어느 국어사전에도 그런 뜻은 없다. 한자 표기도 領夫人이 아니라 令夫人이다. 그 뜻이 왜곡되어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박정희 대통령 재임 기간에 박대통령의 자녀들이 청와대에 함께 거주하면서 영애(令愛).영식(令息)으로 호칭된 탓에 영애와 영식을 대통령의 자녀를 일컫는 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영애와 영식 또한 영부인처럼 다른 사람의 자녀를 3인칭으로 높여 부르는 표현이다. 영부인이라는 말을 대통령 부인을 일컫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어 사전에도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법령상으로도 근거가 없다. 대통령 부인을 지칭하는 법령상 명칭은 '대통령 배우자'이다.한때는 대통령의 극존칭으로 ‘각하(閣下)’라 불렀다. ‘각하’라는 용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공식적으로 못쓰게 했다.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을 ‘대통령 님’이라 불렀다. ‘대통령’이란 경칭에 ‘님’이라는 존칭이 붙어서 좀 어색하다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님’까지도 떼 버렸다.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면서 호칭도 단순히 ‘대통령’만으로 부르게 한 것이다. ‘각하’의 ‘각(閣)’은 원래 정승의 집무처를 뜻하는 것으로 왕조시대의 임금을 ‘전하(殿下)’라 부른 것과 같은 이치다. 왕세손이나 대원군은 ‘합하 (閤下)’, 정삼품 이하의 벼슬아치는 ‘당하(堂下)’, 장군은 ‘막하(幕下)’로 불리웠다. 이 용어들은 큰 집이나 군대의 막사를 뜻하는 한자어에 아래 하(下)자를 붙여 만든 호칭들이다. 지금은 그 누구도 각하란 호칭을 사용치 않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냄새와 색채가 짙게 풍기는 권위적 용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영부인이란 용어를 애써 사용할 필요가 없다. 서양에서는 ‘퍼스트레이디(first lady)’로 통칭되고 있는 대통령 부인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대통령 부인ㅇㅇㅇ씨’ 나 '대통령 부인 ㅇㅇㅇ여사'로 사용해도 될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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