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

기고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
  • 입력 : 2022. 01.27(목) 17:31
  • 영암일보
자하 류옹
새벽 3시 반, 군대에서 비상 행군처럼 LA 발 3시 비행기 탑승 수속을 서둘러야 했다. 또 시차가 3시간 30분. 기내식도 없이 주스에 비스킷 두 조각 다이어트. 여성들에게는 안성맞춤이겠지만 속이 또 메스꺼워진다.

헛구역질이 나면서 여행이라는 자체가 혼돈스럽구나. 이렇듯 끼니마저 거르며 새벽같이 서두르고 빠듯한 일정 속에 사진 몇 장 찍고 스쳐 지나가는 의례행사처럼.나처럼 그래도 관심 있게 관찰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마음속에 그 무엇이 남아있고 기억될 수 있을까? 어디에 갔다 왔노라고, 자랑삼아 얘기할 뿐이지 어느 여행가의 철학이 담겨있는 한마디가 생각난다. 여행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역사의 수난과 그 수난의 세월 뒤에서

과연 실존의 비교철학을 할 수 있을까? 정치에는 그렇게들 관심이 많으면서도 인문, 철학, 문화, 역사 등 마음을 기름지게 혹은 풍요롭게 하는 예술, 환경 쪽엔 관심도 없는 그들이 과연, 눈에 보이는 대로 아 장엄하다, 아 아름답다 할 뿐 마음속 깊은 심성의 교감이 자리할까, 의문스럽구나. 금문교(Golden gate bridge) 길이 2737m, 높이 67m.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를 연결하는 베이브리지.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 형무소(옛날 원주민 인디언들이 갈매기의 섬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이 성지에 서부 개척 시 그 얼마나 많은 죄수들이 창살에 갇혀서 처절한 절규와 몸부림 속에 생을 마감했을까?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와 갈매기의 울음 저편으로 그들의 절규하는 목소리를 환청이듯 들어본다. 처음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의 각축이 벌어졌던 전진기지의 항구 ‘샌프란시스코’ 지금도 이탈리아 어부들이 집단 거주한 ‘피서 멘스 워프’ 39번가. 친근감 있는 목조건축물들. 통나무 워크통들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심어 마음이 평화롭구나.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조형이 다른 목로주점들과 분위기 있는 카페. 갑자기 중세의 어느 시골 항구에 와 있는 기분이다. 그 목조건물 아래 간이 부두(요트 정박장)들마다 수많은 물개 떼들의 일광욕 쉼터. 한 블록의 좌판들마다 자기 영역을 차지하려는 힘센 수컷들의 힘겨루기 함성들. 여기에도 적자생존의 자연법칙이 존재하는구나. 동물과 인간과의 적대관계가 아닌 어울림의 친화력에 감동 같은 평화를 느껴본다. 2733m의 그 긴 거리를 단 두 개의 교각을 설치하고 사장(쇠동아줄) 교를 건설했다. 1900년대 초반(1933~39) 7년여에 걸쳐 완성했단다.

12,356개의 강철 쇠사슬(한 가닥)로 엮은 사장교. 그 위용과 장엄함은 부정적 사고와 긍정적 사고의 이견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은 긍정적 사고가 우세해 지금의 골든브릿지(Golden bridge)가 완성됐다니. 일본의 패망으로 2차 대전이 끝나고 이곳을 방문했던 일본 천황이 탄식처럼 독백했다던가. 내 일찍이 이 금문교만 보았더라도 무모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텐데···․ 뒤집어 생각하면 무한한 잠재력의 미국을 모르고 저지른 경거망동한 행동이었다고.

때마침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선박이 금문교 아래를 지나고 있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마음이 형언할 수없이 뿌듯하다. 지도상으로 중국 대륙에 혹처럼 매달린 한반도 대한민국, 미국의 46분의 1이라니, 그나마 분단된 프롤레타리아와 데모크라시스, 동과 서, 계층 간, 세대 간 진보와 보수 나도 모르게 쓸쓸히 웃어보는구나.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