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있다

기고
말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있다
  • 입력 : 2022. 04.07(목) 15:33
  • 영암일보
이진국
㈜에덴뷰 대표·경영학 박사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10만 자 이상 말을 한다고 한다. 물론 직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책 반 권 정도 분량이며 사람들이 하루에 주고받는 말의 90%는 긍정의 말보다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남을 비난하는 말이라고 한다.

말 한마디가 중대한 일을 포기하거나 파멸로 이끌기도 하고 반면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한다. 말의 힘을 전하는 명언이나 속담은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다.

말 한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이야기가 있다. 세련된 옷차림의 한 행인이 지하도를 건너다가 길거리에서 연필을 팔고 있는 걸인을 보게 되었다. 다른 행인처럼 1달러만 주고 연필을 받지 않았다. 행인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걸인에게 돌아갔다.

"방금 제가 1달러를 드렸는데 연필을 못 받았네요. 연필을 주셔야지요."

걸인은 처음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보통 1달러를 주고 걸인의 손때 묻은 연필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행인은 걸인이 가진 연필을 보며 "사장님! 이 연필 한 자루가 좋겠군요." 걸인은 '사장님'이라는 호칭에 놀란 표정이었다. 행인은 걸인에게 말했다.

"사장님! 당신은 더는 거지가 아닙니다."

매일 연필을 들고 돈을 구걸하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장님'이란 호칭을 들은 걸인은 갑자기 자신의 자아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걸인은 행인의 말을 몇 번이고 입안에서 중얼거리며 되새김질하였다. '나는 당당하게 연필을 팔고 돈을 받는 사업가다' 걸인은 자아의 벽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신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걸인은 사업가로서 당당히 성공하게 되었다. 훗날 사업가가 된 걸인은 연필을 사주었던 행인을 찾아가 "당신은 나의 은인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였다. 그 행인은 미국의 한 대기업 CEO이며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나 역시 수년 전 '말의 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 기업은 미래 성장을 위해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 회사도 신제품 개발은 당연하였다. 개발 과제로는 농업인이 쪼그리고 일할 때 사용하는 '의자'였다. 당시 모든 제품이 한쪽 다리를 들어 가랑이 사이에 끼워 의자를 엉덩이에 고정하는 방식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래서인지 TV 예능프로에서는 개그 소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를 개선한 시제품을 선보이자 반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시제품을 발로 차며 수위 높은 무시와 비아냥도 있었다. 어떤 이는 "농자재 모든 제품 가격은 절대적으로 싸야 하며, 편리성과 기능이 우월할지라도 비싸면 경쟁력이 없다." 업계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는 포기를 다그쳤다.

그때 한 지인이 불쑥 "패러다임 대전환의 최고의 제품이다."라고 말하였다. 위로차 한 말이었지만 그의 말은 마치 지하수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해 붓는 한 바가지 물이 폭포 물을 쏟게 하는 것처럼 신제품을 완성해야 할 사명감으로 들렸다. 마침내 완성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지금은 1년에 30만 개 이상 국내뿐 아니라 몇몇 나라에 수출한 제품이 되었다. 그의 말 한마디는 농작업 브랜드 '쪼그리' 제품을 창조하는 힘이 된 것이다.

말이 가진 힘이란, "죽은 이를 무덤에서 불러낼 수도 있고, 산 자를 땅에 묻을 수도 있다."라고 한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말 한마디가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하듯 말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존재한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천사가 되어 보자.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