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올트 마을,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

기고
쏘올트 마을,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
자하 옹의 ‘자하산방’
  • 입력 : 2022. 04.22(금) 13:51
  • 영암일보
자하 류용
또 몇 시간이나 달려왔을까? 쏘올트 공항(겨울의 관광객을 위해서 델타공항에서 이곳으로 연계하는)을 지나고 쏘올트 호수를 옆에 낀 쏘올트 마을은 더욱 고풍스러웠다.

철근, 벽돌 건물은 찾아볼 수 없으니. 마을의 관공서 역시 (호텔도, 식당도, 쇼핑하우스도) 떨어진 뒷골목의 건축물들도 획일적이 아닌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그리고 지붕의 모자이크 나무판은 무엇보다 친근감과 평화스러움 그 자체구나. (강원도 화전민들의 통마루를 도끼로 켜서 올린 너와집과 흡사).

도시 전체가 슬라브, 철근 콘크리트 지붕 하나 찾아볼 수 없으니. 그리고 주위의 높은 산들마다 관광객 그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곱게 다듬어진 스키장들. 케이블카를 타고 3,200m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 보았다. 눈발이 날리고 비바림이 차갑게 부는 구나.

산 아래 마을 날씨만 생각하고 (여름 8월) 반팔 차림으로 올라온 아이들과 부인네들은 몸을 움츠리며 벌벌 떤다.

아이가 너무 애처러워 ‘점퍼’를 벗어 입혀주는 임영호의 따뜻한 배려에 모두들 박수를 쳐주고 이곳 8부 능선 정상까지도 스키어들을 위한 리프트가 설치되었구나.
기상 관측소가 건너편에 서 있고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한 겨울의 문턱에 서 있구나. 3020m 고도라니. 바람이 너무도 세차다.

옷깃으로 파고드는 추운 겨울바람에 (8월 한여름철인데) 옷깃을 여미든 빨개진 코끝을 바라보며 서로가 웃어보는 헤설픈 웃음들이여.

주문에 의해 판매하는 정통양식. 빵 하네세어부터 소스, 그리고 감자구이. 오랜만에 맛깔스런 식탁을 대해본다. 따스한 커피가 일품이었다.

눈 덮힌 산에서 더군다나 케이블 승선인원이 오버되어 추위에 떨며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으니 따끈한 커피맛의 그 진가란(관광지에서는 23ºC 이상의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단다. 그 많은 사람들의 북새통에 화상의 안전을 위해)

어느 쇼핑센터 입구엔 녹각(사슴뿔)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문을 아치형으로 장식했구나. 수 백개도 아닌 수 천개의 녹각으로. 신기하여 관광객들이 하나 둘 빼가다 보니 지금은 아예 철사로 구멍을 뚫어 엮어서 장식했단다.

이 땅에 처음 발 들여 놓은 프랑스의 모피상들 중에 쏠트라는 청년이 있었단다. 비록 사냥꾼이었으나 그는 늘 사색하고 성찰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에 대한 동경을 기록하고, 낭만적이고 정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 때문에 거칠은 동료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늘 외톨이(지금의 왕따)로 혼자서 사냥을 해야 했다. 다시 본구긍로 귀국을 하고 세월은 흘러 이 땅에도 미 기병대의 거점이 생겼으니. 늘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던 아름다운 이곳을 잊지못한 쏠트는 미 기병대에 자원하여 이곳으로 오게 된다.

그 어느 날 이른 새벽, 첩보임무를 받고 강 근처에(강 건너에는 인디언의 부족 촌락이 있었다) 잠복하여 전진을 살피던 중 물통에 물을 길러 나온 인디언 처녀를 보게 된다. 첫 눈에 반해버린. 그녀를 보기 위해 매일 새벽 쏠트는 자원하여 임무를 수행한다. 인연의 끈은 하늘이 맺어주는 법이듯 위험을 무릅쓰고 결국은 강을 건너게 했다. 흠모하던 그녀와의 첫 만남. 그 많은 날들을 강 건너에서 훔쳐보았지만 온화하고 신사적인 쏠트의 매너에 그녀 역시 매료됐다. 서로의 교감이 형성되면서, 새벽의 그 짧은 만남이 그들에겐 행복한 하루의 전부였다.

또 작전이 시작되고 강 건너 인디언들은 더 멀리(그곳을 내어주고) 멀리 산속으로 떠나야 했다. 작전이 있기 전 새벽. 쏠트는 물 길러온 그녀를 붙들고 애원하다시피 하여 둘 만의 작은 통나무 집에서 밀애가 시작된다(마지막 인디언 수우 족)

그러나 인디언 처녀에겐 (쎄캇트) 이미 정혼을 약속한 추장의 아들이 있었다. 그녀를 잃어버린 추장의 아들은 오직 그녀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고 서슬퍼런 복수의 원한으로 자신의 전부를 걸지만 추장의 절대자인 2인자에 불과했으니...

다시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기병대의 기습으로 점점 쇠락해져가는 인디언 부족들. 늙고 쇠잔해진 추장은 그의 아들에게 새로운 차장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전권을 위임받은 새로운 추장, 절대자의 권력, 부하들을 풀어 그녀를 찾는데 성공한다. 솔트의 통나무집은 잔인하게 불속에 태워져 버리고 붙들려온 그녀.(쎄캇트) 새로운 추장과의 생활에서도 그녀의 마음 속엔 늘 강 건너 따스한 청년 쏠트를 한 순간도 잊을 수 없었다.

또다시 치열하게 기병대와의 전투가 있을 때 그녀는 강 건너 생활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못 잊어 쏠트와의 첫 만남의 장소, 지금의 쏠트강에 몸을 던져 죽어 갔단다.

아름다운 사랑의 땅, 순애보 같은 사랑. 쏠트와 그녀(인디언처녀)의 무덤이 잠자는 곳. 그들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기 위해 훗날 사람들은 이곳을 쏠트라 명명했단다.

낭만과 열정의 환희에 떠들썩하게 웃음짓고 흥청대며 지나는 관광객들. 애닳고 슬픈 역사의 세월 저 편에 선 이방인. 나그네의 마음 속에도 역시 사랑이란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독백할 뿐.

최후의 ‘수우족’이여, 쏠트여 영원하라. (쎄캇트여 고이 잠들라) 사랑의 위대함이여! 짧은 명상을 뒤로 한 채 우린 또 떠나야 한다.

소금온천. 세계에서 유일하게 소금물과 용천수가 섞이여 나온다는 남녀 혼탕이었다. 파이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물의 맛을 보았다. 그 염도의 짜기란 재채기가 나올 정도 였으니. 그 옆에 넓은 풀장이며 원통으로 통한 구불구불한 미끄럼틀. 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도 애들 틈에서 미끄럼틀에 떠밀려 내려와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마을 앞 냇가에서 물장구치던 유년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나싶다.

흐르는 세월에 떠밀려온 초라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면서도 당신이 또 그립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나와 잔디에 앉아 있으려니 엊그제 꿈에 보이던 당시느이 해맑고 환한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곳 차밭)의 스쳐감에도 내 마음에 자리할 여인을 찾지 못했으니 남들은 설마하고 의아해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은 어쩌면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으니. 새삼스레 인연의 끈으로 매듭지어져 고뇌하고 싶지는 않아서 수수방관하는 내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솥단지 같이 걸지 않는’ 사랑이 과연 존재하겠냐고.

다시 서부로 오는 길. 인간이 만든 그랜드캐넌의 구리 광산. 갱도를 파들어 가지 않는 산위에서부터 파 들어가 깊이가 1200m. 아래서 작업하는 굴착기며 덤프트럭들이 손수레만큼 작아보인다. 100년 동안 굴착기로 파낸 흙더미들은 수십 개의 산을 만들었으니, 현재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는 굴착기는 240톤이란다. 주걱(흙을파는)속에 지프차가 들어가도 보이지 않는 크기며 타이어 한짝 값이 2,400만원. 240톤 굴착기에 타이어(뒤에 8, 앞에 2) 값이 2억 4천만원. 그렇다면 굴착기 전체의 값은 수치상으로 셈하기 조차 어리벙벙하다.

여기에서 일생을 다하고 정년한다는 그 삭막함을 생각해 보면서 삶의 무게가 이렇듯 다양하고 여기에서 젊음을 송두리째 바쳐버린 그들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삶의 고뇌를. 아니면 삶의 의미를, 그것도 아닌 또 다른 화두의 여운으로 마음이 무겁구나. 더군다나 푸르른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하고 메마른 불모의 이 틀 속에서.

옐로우스톤 내셔널 파크여. 그 눈덮힌 준령들이여. 버팔로, 엘크, 들소 그리고 사슴들, 불곰, 극곰, 호수여, 폭포들이여, 아름다운 야생의 풀꽃들이여. ‘순애보’ 인디안 처녀여,(쎄캇트) 쏠트여. 그 감동들. 가슴에 묻어두고 마음에 담아가노니. 그 언제 또 그대들을 내 품에 안을까? 내 영혼이 사라져 다하는 날. 윤회의 세월 저편에 벌나비 환생하여 찾아올까? 당신의 영혼이 꿈속에 찾아와주듯 내 꿈속에 이곳을 찾으리라. 옐로우스톤 잘 있으라. 쏠트여 평안히 잠들라. 세속의 내가 아닌 선스으이 마음으로 합장하노라.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