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마라

기고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마라
김종수 목사의 ‘하늘샘물 흐르는 곳에’
  • 입력 : 2022. 05.15(일) 01:07
  • 영암일보
김종수
목포산들교회 목사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마라.
(창세기 3:3)


이 말씀을 대할 때마다 나는 어린 시절 형에게 한 일이 생각난다. 어려서 세상을 떠난 형이기에 더욱 마음 아프게 새겨지는 일이다. 하루는 형이 집에 없을 때 어머니가 외출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찬장에 둔 사과 먹지 마라. 오늘 손님 접대할 때 쓸 것이니 형에게도 말해라.”

어머니가 나가시고 얼마 후 형이 돌아왔다. 나는 형에게 찬장의 사과를 가리키며 굉장히 중요한 일인 양 말했다.

“형, 엄마가 그러시는데 저 사과 먹으면 매 백 대래.”

손님 접대할 사과니까 엄마가 먹지 말라고 했다고 전하기만 하면 되는데, 마치 어머니의 명령에 충실한 사람인 것처럼 과장해서 말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어머니의 명령을 이용해서 형을 제압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2남 4녀의 막내인 나는 늘 명령을 받는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명령자의 위치에 서고 싶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명령에 내 말을 덧붙여 나 자신의 명령으로 삼았다.

하와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하나님은 ‘먹지 말라’고 했지 ‘만지지도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만지지도 말라’는 말을 덧붙인 것은 내가 ‘매 백 대’라는 말을 덧붙인 것과 같은 심정이 아닐까? 명령을 내린 자의 자리에 서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기에 고개를 쳐든 욕망의 뱀은 이런 인간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아 창세기 3장 5절에서 하와를 유혹한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명령을 강화시키는 것은 마치 하나님의 말씀에 더 충실하라는 경건한 신앙인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명령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하나님이 되고 싶은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에게 전도를 한다. 혹 전도의 이 마음이 나는 예수 믿어 구원 받았고 너는 안 믿으니 지옥에 갈 것이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은 아닐까? 마치 자신이 하나님이 되어 안 믿는 사람을 구원할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예수 믿으라고 명령하고 있지는 않은가?

착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도란 말 그대로 도를 전하는 것이다. 도란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예수 믿나 안 믿나, 혹은 효괴 다니나 안 다니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일 것인다.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것도 바로 그 심성을 닦는 것이다. 예수 믿기에 대단한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세상 사람들은 명령자의 우리 모습이 아니라, 섬김의 품성을 보여주는 우리 모습을 보고 믿을 것이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