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 나쁜 친구는 없다

기고
좋은 친구 나쁜 친구는 없다
  • 입력 : 2022. 06.06(월) 17:10
  • 영암일보
이진국
㈜에덴뷰 대표·경영학 박사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했던 칭기즈칸은 친구 같은 매가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사냥을 하던 도중에 갈증으로 물을 찾았으나 겨우 머리 위 바위틈에서 한두 방울 떨어지는 물을 발견하고 허리춤 쪽박을 꺼내 물을 받아 내었다. 한참 후에야 절반 정도 차고 물을 입가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매가 물 잔을 엎질렀다. 화가 났지만, 그는 땅에 떨어진 쪽박을 주어 물을 다시 받아서 물을 먹으려는 순간 또다시 매가 쪽박을 엎어 버리고 사라진 것이다.

매우 화가 난 칸은 끌어 오르는 부화를 억지로 참았다. 물줄기는 더욱 가늘어졌다. 다시 겨우 받은 물잔을 입에 대는 순간 또 엎지르고 쪽박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매를 칼로 베어 죽여 버렸다. 물줄기를 따라 바위 위에 올라가자 웅덩이에 고인 물속에는 큰 맹독사가 죽어 있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매가 그 독물을 못 마시도록 했던 것을 깨닫게 되고 매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였다. 칭기즈칸은 매를 부둥켜안고 돌아와 금으로 만든 동상을 세워주고 한쪽 날개에는 '화나서 판단하면 반드시 패하리라.' 또 다른 날개에는 '좀 잘못해도 친구는 친구이다.'라고 새겨 넣어 평생의 교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칭기즈칸은 매의 행동을 '생명의 은인'이 아닌 '무례한 짐승'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조던 피터슨은 좋은 친구를 결정할 때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전하면 먼 길 함께할 친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했다. 리트머스 종이와 같이 쉽게 판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때 친구를 사귀는데 시간을 많이 썼던 적이 있었다. 성별과 나이는 친구를 사귐에 장벽은 아니었다. 살다 보면 흔들림 없이 순항하던 인생의 배가 갑자기 풍파를 만나고 큰 암초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혹독한 겨울이 온 뒤에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안다고 했듯이 평생 푸른 신의를 갖겠다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체에 걸러지듯 외롭고 곤궁할 때 비로소 친구가 친구임을 알게 되니 그 서운함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정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자신의 실익에 따라 어제의 친구가 오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며 오늘의 적이 내일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정의 기준을 막역지우나 관포지교와 같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다 보니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스스로 상처를 받게 된 것이다. 친구에게 특별한 성품을 바라는 것은 신앙적인 삶을 요구한 것처럼 지나친 욕심이다.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오묘한 관계 속에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친구의 정의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실 친구들과의 교제는 자신의 형편에 따라 욕구가 충족되거나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손실만 없다면 친구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따라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은 처지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더 좋은 친구를 얻고 싶다면, 친구의 좋은 일에 기뻐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다. 물론 질투와 시기심이 방해하겠지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또한, 정말로 친구와 오래 사귀고 싶다면 반드시 현명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