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의 새로운 자치단체의 장에게 바란다.

기고
영암의 새로운 자치단체의 장에게 바란다.
  • 입력 : 2022. 06.09(목) 10:21
  • 영암일보
정순남
한국전지산업협회 부회장

아무튼 지방선거가 끝났다. 우승희 민주당후보가 영암군수 당선자가 되었다. 공천과정, 선거 과정, 여론조사 과정 등에서 여러 가지 잡음도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정치의 연장선이다. 승자와 패자가 엄격히 갈리는 러시안 롤렛 같은 냉엄한 것이 선거이기도 하다. 지지자, 반대자 그리고 중간자의 의중이 소용돌이 치면서 다시 새로운 그러나 보이지 않는 기류같은 미세한 것들이 만들어지면서 재생산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도 이러한 역동성에 섞여들면서 새로운 틀속에 합류하는 것이다.

초기 견고한 성 같은 현직 전동평 군수와 SKY대 졸업, 고시합격, 전남부지사 등 화려한 경력의 배용태 후보도 군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였다. 무소속 여성후보, 정의당 후보가 10%대의 지지율을 그리고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 후보도 한 자리수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민주당 팬덤에 실망한 전남의 몇몇 시군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선거는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이 없는 민초들의 선택이다. 일부는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후보를 선택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많은 유권자들은 “무의식속에서 의식적으로 작용하는 感”으로 선택을 한다. 그 무의식의 感은 4년간 혹은 더 긴 기간 동안 민초들의 잠재의식에 퇴적되어 온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요지는 유권자의 선택은 이유가 있고 옳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의 선택에 당선자든 낙선자든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여야 한다.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영암군의 자치단체 장이 갖추어야 될 자격을 언급하였다. 영암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 폭넓은 경험, 다양한 경륜, 지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지역에 대한 절박한 사랑 등이 그것이다. 이에 해당되는 점수 기준만을 설정해 놓고 평가를 해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누구를 선택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정치와 결부된 선거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기준보다 더 미묘한 복잡한 선택의 경로를 거친다. 주민들의 무의식 속에 누적된 암묵지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학연, 지연, 정당 이미지, 후보의 이미지, 과거의 행적 등을 기반으로 한 조직 선거의 영향이 그것이다.

작은 지역이든 큰 지역이든 정치의 본질은 조직이다. 정당은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특정 정치이념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인구가 1천 3백만이나 되는 경기도나 5만정도인 영암의 경우도 어떠한 식으로든 조직이 작동하고 이합 집산하면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결과적으로 보면 될만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더 나아가, 조직은 심리적 현상이 역동적으로 작용하는 생물학적 유기체다. A후보는 : 능력, 학력, 경륜이 참 다양하다. 그런데 좀 거만하다. 인간미가 없다. 따뜻함이 없다. 염암을 잘모른다. B후보는 : A후보와 비해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부족하다. 그러나 인간미가 있고 따뜻하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왔다. 어르신들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준다. C후보는 이상적이지만 현실과 좀 거리가 멀다(진보적 성향의 후보들에 대한 이번 선거의 결과가 그렇다). 이러한 복잡한 측정하기 곤란한 요소들이 서로 미묘하게 작용하면서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는 것이다. 정치는 대표적인 복잡계의 영역인 것이다. 때로는 바람이 불기도 한다. 그 바람마저도 유권자의 선택의 결과라고 본다. 한때 안철수 국민의 당이 호남을 휩쓴 적이 있다. 당시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안철수라는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고 유권자들은 과감하게 신선한 정치의 시대를 기대했다. 그러나 신선한 바람은 여의도라는 거대한 용광로에서 다시 새로운 세력을 원하는 국민의 심판에 직면하고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민주투사, 시민운동가 중심의 거대 정당을 만들었다. 세월호라는 역사적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그 배경에는 새로은 시대에 대한 열망,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신, 기득권에 대한 불신 등 유권자의 무의식적 흐름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선택한 결과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선이든 유권자의 선택, 민심의 흐름은 늘 변화를 갈망하고 선택의 결과는 놀라울 만큼 시대정신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번 영암선거의 경우도 탁월한 능력, 경력, 경륜의 배용태 후보가 있었지만, 민심은 젊은, 지역의 텃밭에서 자란 우승희 후보를 택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 민심이 선택한 우승희 후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몇가지 당부해 보고자 한다. 당선자가 다양한 공약을 제시 했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필요성은 유사하다. 매슬로우(Maslow)의 5단계 욕구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 안전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자기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가 순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미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한국의 경우 자기존중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가 가장 중요한 욕구로 등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당선자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선거로 이반된 민심을 통합하고 화해의 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1차산업 중심의 농어업사회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상대편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마을공동체 복원사업, 지역축제, 코로나이후 대면접촉의 확대, 대형 프로젝트 보다는 생활 체감형 지원사업 등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요즘은 자치단체마다 인수위를 구성하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 인수위를 통해서 이런 세부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것이다.

두 번째로 영암군의 경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은 군청이고 따라서 소속 공무원의 공정한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 군단위 자치단체의 경우 공무원이라는 숙련된 인적자원, 축척된 정보, 재정규모 등을 볼 때 군청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하다. 군정을 움직이는 것은 군청 소속 공무원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인사권이 자치단체의 장이 장악하고 있는 최대의 권한인 만큼 선거철마다 공무원들 간에 진영이 갈리고 당선자를 따라 이합집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단시간에 바로잡지 못하면 군청의 잠재력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간다. 두말할 것 없이 인사의 기본원칙은 능력에 따른 공정성이다. 과정을 공개하고 정파를 떠나야 한다.

세 번째는 공약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실현 가능한 범위내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모든 선거는 票풀리즘, 즉 재정의 뒷받침 능력과는 무관하게 표가 되는 사업을 막라하게 되어 있다. 결국 후보간 차별화가 되지 않고 공약들이 유사한 형태로 수렴된다. 냉정하게 주민의 행정수요, 재정의 수용성, 지역의 발전 잠재력 확충, 취약계층 보호 등 내부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공약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창출실패와 지선의 패배는 지나치게 공약이행에 집착한 나머지 시장과 괴리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 번째는 외부와의 네트워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앞의 3가지 역무가 내부적인 것이라면 이번 과제는 영암의 미래비젼 제시, 인구유입을 위한 정책(관광, 산업, 농업구조 고도화 등), 호남 유일의 산업단지인 대불산단 구조고도화, 연구자, 교수, 상급기관 등과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안타깝게도 영암군의 재정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요즘 외부 인적자원을 영입하는 자치단체가 늘어가고 있다. 새로운 군수와 함께 영암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그리고 낙선한 훌륭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내부역량을 한단계 높여나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각자 특정한 영역에서 탁월한 분들이다.

[약력]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산업자원부 시장관리과장
산업자원부 무역정책팀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경제국장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
전라남도 경제부지사
목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도시가스협회 상근부회장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