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 그 인고(忍苦)와 성찰(省察)의 노래

기고
아리랑’ !, 그 인고(忍苦)와 성찰(省察)의 노래
  • 입력 : 2021. 10.25(월) 07:49
  • 영암일보
김도상 작가
아리랑’은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해외 동포까지 누구나 애창하여 부르는 노래다. 또한, 이 노래를 부르게 되면 다들 하나같이 눈시울을 적시게 된다. 아마도 이 노랫말 속에는 가슴을 긁어내는 듯한 정한(情恨)의 정서가 서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아리랑’이란 노래에는 참으로 신비한 힘이 담겨 있다. 첫째로, 이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동질감의 정서에 젖어 들게 되며, 둘째로,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그 어떤 한(恨)을 씻어 내는‘심적정화(心的淨化)’를 느낌과 동시에 스스로를 위로받게 되고, 스스로 자신을 다독이게 되며, 또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어 나아가 새로운 희망을 받게 되는 그런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아리랑’을 우리 삶의 순간순간에 자주 불러왔다.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네 삶에서 힘든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서로 합심하여 그것을 이겨내려 했을 때, 우리는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했듯이 이 노래를 불러 왔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들‘아리랑’을‘민족혼(魂)의 노래’라고 말한다. 민족에 있어서‘혼(魂)’이란 민족 역사를 이어가며 변함없이 이어지는 동질적 정신의 흐름을 말한다. 아마도 우리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땅, 하나의 역사 위에 살아왔기에 그 동질성이 오랜 세월 동안 몸속에 베여 유전자처럼 형성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아리랑’은 시간적.공간적 범위를 초월하여 그 동질적 맥(脈)이 지금까지 이어지고있는 것이다. 시간적 초월이란, 이 노래가 초기 지역의 자생적인 전통민요 즉, 3대 아리랑(정선, 밀양, 진도 아리랑)이 시대를 흐르며 형태적. 내용적 첨삭을 거쳐 오늘날의 대중민요인 신민요에 이르기까지 그 동질성이 변함없다. 또, 공간적 초월이란, 이 노래가 우리나라 각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고, 해외까지도 우리 민족사가 었던 곳에는 다 퍼져 있다는 것이다.‘독립군. 연변 아리랑’‘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아리랑’등이 그 실례다.
Ⅰ. 인고(忍苦)로 승화(昇化)시킨 현실극복
초기 전통민요‘아리랑’의 가사 말은‘아리랑~.쓰리랑~’그리고‘아라리~’란 여음(餘音 : 앞소리, 후렴)으로 형성되어 있다.‘아리’라는 말과‘쓰리’라는 말은 우리 고유어로써‘아리다’또는‘쓰리다’란 말인데, 그 기원을 찾아보면‘퉁구스계’의‘아벵키(Evenks)’언어에서 유래되었다. 이 언어에서‘아리랑(Alirang)’의 뜻은‘맞이하다, 인내하다’이며,‘쓰리랑(Serireng)’은‘알았다,인지하다’라는 말이다. 여기에 기초하여 우리 고유의‘아리랑’이란 말은 ‘참으려니 마음이 아리다.’‘쓰리랑’은‘알고 나니 마음이 쓰리다.’이며‘아라리요’는‘Alaar+리요’로서‘서로 달라 혼란스럽다’인데, 우리 고유어로는‘님이 나와 서로 다른 것을 참아내자’란 뜻이 되었다다. 이같이 초기민요‘아리랑’은‘남녀상열지사’로, 님이 나를 버리고 떠나니 마음이 몹시 아리고, 마음이 몹시 쓰리며, 님과 나의 다름을 알고 나니 마음이 괴롭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님’이란, 상대 남녀이기도 하지면 한 단계 승화시켜 해석해 보면, 자신에게 닥친‘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참아내며 인고(忍苦)로서 승화시켜 현실을 극복해 보자는 의지의 노래다. 여기서‘고은’시인의 말을 인용해 보자면, 그는‘노래하는 나라’란 책에서
~‘아리랑’은 가곡의 세계가 아니다. 화성학과 가곡형식의 구애에서 천부적으로 벗어난 넋의 자유가 깃들어 있다. ~ (중략) 우리 역사를 가장 힘든 현실에서 일구어 온 민중의 온갖 희로애락이 예치되고 추가되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일치시키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단조롭다. 화려하지도 않다. 이 노래에는 겨레의 순결이 담겨 있다. 이 땅의 여인들이 잿물로 빨아낸 순백의 무명옷과 함께 있는 순결이다.’라고 했다.
Ⅱ. 참 ‘나(我)’를 찾아가는 자아성찰(自我省察)
초기 전통민요로부터 이어져 내려온‘아리랑’은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시기에 와서부터 힘든 노동현장의 노동요로, 또 질곡(桎梏)의 삶을 이겨내 보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노래로 첨삭되기 시작하여 이른바,‘경기.서울 아리랑’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오다가, 일제 강점기‘나운규’감독의‘아리랑’이란 영화를 통해 마침내 대중민요인‘본조 아리랑’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아리랑’의 가사 말들이 단순한 여음이 아닌 자의(字意)적 의미 즉, 노랫말이 전해주는 이른바, 그 어떤 강한‘로고스(logos)’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초기 전통민요의‘아리랑’이 인고(忍苦)를 승화시킨 현실극복의 노래였다면, 신민요‘아리랑’은‘나를 버리고 떠난 님’에서 나를 버리고 떠난 님이 상대님이 아닌, 바로‘나(我)’자신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내가 내자신을 버리고(포기하고) 떠난다면 10리(十里 : 천부경에서 말하는 완성의 숫자)도 못가서 발병(탈)이 난다. 따라서 참 나(眞我)를 찾고 지킬 때 비로소 그‘아리랑 고개’를 넘어 완성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이른바 자아성찰(自我省察)의 노래로 한층 더 의미가 격상되었다. 이제 우리의‘아리랑’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지키려는 고도의 철학적 성찰(省察)이 담긴 그런 노래가 된 것이다. 살아가면서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잃고는 수없이 울었던 우리였다. 그러나 진정 나 자신을 잃고 울어 본 적은 몇 번이나 있었던가?!
나는 이‘아리랑(我離郞)’이 앞으로의 시대에 걸맞는 또 한 차례‘로고스(logos)’의 변화를 희망하고 또, 기대해 본다. 지금의 이‘아리랑(我離郞)’이란 자의(字意)에서‘離’자를‘理’자로 바꾸면 새로운‘아리랑(我理朗)’이 된다. ‘리(理)’자가 스스로 다스려 감을 뜻하게 되니, 이제‘자아실현(自我實現)’의‘아리랑(我理朗)’이 되어 우리 모두의 완성과 만족의 노래가 되어갈 것이다.


[저자약력]
계간「문장」신인 작가상수상( 2013수필가등단 )
한국문인협회 대구지부 수필분과 위원
(사)이상화 기념사업회 이사
대구市 공무원문학회장(제8대)역임
전)영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대구종합복지회관 금빛대학 인문학 강좌 교수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