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먹고 가게

기획특집
차나 먹고 가게
암도 대사의 '숨길따라'
  • 입력 : 2022. 06.17(금) 20:18
  • 영암일보
여산 암도스님
조계종 元老


차나 먹고 가게




조주趙州스님이 납자衲子에게 물었다.

“전에 이 곳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와 본 일이 없습니다”

“차나 먹고 가게”

또 다른 납자는 “와 본 적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조주스님은 또 “차나 먹고 가게”라고 했다. 그것을 본 원주스님이 “화상께서는 매양 똑 같은 질문을 하시고 무슨 답을 하든 차나 먹고 가라고만 하시니 무슨 뜻으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조주스님이 “원주야!”하고 부르니 원주스님이 “예”하고 대답을 하자 “차나 먹고 가게”라고 했다.


끽다喫茶란 말은 ‘차를 먹는다’는 말이다. 보통 차는 음료수飮料水같이 마신다고 하는데 작설차雀舌茶는 씹어서 먹는다고 한다. 작설차를 먹을 때는 꼭꼭 씹어서 제대로 먹으면 연진燕津이 되어 기관지와 식도가 깨끗해져서 호흡이 건실해지고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전해진다. 그래서 마음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으로 차문화茶文化가 형성되는 것이다.

차 다()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풀 초()자의 변 밑에 나무 목()자다. 차나무는 분명히 나무인데 그 위의 풀같은 잎사귀를 구증구포九蒸九曝(아홉번 찌고 말림)해서 만든 것이 작설차雀舌茶(녹차綠茶)다.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닌 것이 대나무라고 하지만 나무도 되고 풀도 되는 것이 차나무다.

차의 원산지는 중국의 남쪽인 광동廣東과 푸젠성이고 우리나라도 경상도, 전라도, 남해안 지역의 야산野山이다.

특히 김수로왕의 왕비인 허황후許皇后가 천축天竺에서 차나무 종자를 가지고 와서 창원 봉림사 뒷편의 백월산에 심었는데 그 차나무를 죽로다竹露茶라고 했다고 한다.

마음의 본성을 깨닫기 위한 승려들의 선정 수행에 놀라운 효과를 주기 때문에 천년이 넘게 절집의 전통이 되었고, 사회에 일반화되어 다반사茶飯事 또는 반다시飯茶時라고 해서 밥을 먹으면 꼭 의례 차를 먹는다는 말이 생겼다.

그리고 시제時祭(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나 제사祭祀에는 꼭 차를 올리기 때문에 다례茶禮를 지낸다고 했다.

차의 종류는 색깔에 따라서 녹차綠茶, 홍차紅茶, 흑차黑茶가 있고 약으로 먹는 차는 약차藥茶, 곡차穀茶酒, 쌀차熟冷, 댓잎차竹露茶는 다성茶聖이라고 불리었는데 동다송東茶頌을 짓고 차를 재배하면서 이론과 실재를 정비했다.

녹차綠茶는 재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찻잎을 따는 시기(단오端午 전후前後)를 잘 맞춰야 하고 제조해서 저장하는 방법도 봉투부터 장소에 이르기까지 청정하지 않으면 오염되기가 쉽다. 그 이유는 차 자체가 너무나 청정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깨끗한 물을 붓고 숯불에 차를 끓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실 때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차가워도 안된다.

차를 세 번 씹어서 마시고, 연진을 해서 침을 세 번 넘기고, 눈을 감고 숨을 내쉬면서 “이것이 어디로 부터 왔는가?”하고 묵조墨照하는 것을 잊어서는 효과가 없다.

차를 먹을 줄 모르는 사람과는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도茶道라는 명구名句를 깊이 생각해 보면 감로수甘露水와 판치생모板齒生毛의 깊은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차를 먹으면서 쓸데없는 잡담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차를 먹으면서 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다도茶道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20여 년 전에 대전특구大田特區에 가서 강의(법문)를 한 적이 있다. 박사님들이 350명이라는데 그날 참석인원이 295 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자가 그렇게 생겨서 그런지 자세가 반쯤 누운 것 같고 눈이 거의 감긴 것 같아 보였다.

물론 조그마한 중이 갔으니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나도 별 재미가 없어서 첫마디를, “요새 박사들 별 것 아닙디다”라고 했더니 반쯤 떠졌다.

“미국에 어떤 박사는 모기의 뒷다리와 사마귀를 연구해서 됐답니다” 했더니 눈이 크게 떠지고 허리가 펴졌다. 그래서 나는 “사람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이며 인생은 무엇입니까?”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어서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고 고등동물이라고도 하며 생각하는 갈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인생은 나그네의 길·고해라고 합니다”하고 조금 있다가 “옛날에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서 인생을 고해라고 했지만 지금은 의식주衣食住가 풍부해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니까 지상극락 아닙니까? 요즘 사람들은 욕심이 너무 많고 사고방식이 잘못되어 불평불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시간적으로 인생을 살펴보면 한없이 무상합니다. 그것은 세월이 무상하고, 하루하루 시간이 무상하고 분초가 무상하고, 찰나 찰나가 무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이 세상 모든 존재를 깊이 살펴보면, 크고 작고 간에 속이 텅텅 비어 있고, 순간 순간 변해서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 아닙니까? 이렇게 세상을 깊이 관찰하고 조명해 보면, 걱정할 것도 없고 해탈解脫해서 열반락涅槃樂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제법무아諸法無我를 모르면 그 인생은 일체개고一切皆苦가 되고 철저히 깨달으면 상락아정常樂我淨이 됩니다. 죽지 않고 지금 살아있는 것만 해도 천만 다행입니다. 안 그렇습니까?”하고 고·집·멸·도(사성제四聖諦)와 육바라밀六波羅密(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선정禪定·지혜智慧)을 설명한 다음 우리나라 구도九道의 욕문화辱文化를 좀 재미있게 설명했다.


辱說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미워서 쓰는 모욕적인 말인데 깜짝 반가울 때 쓰는 것은 ‘새끼’다.

첫째, 제주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내가 30여 년 전 새마을 중앙교육원에 강의를 하고 다닐 때, 제주도 새마을 분원장이 불러서 갔는데 점심 식사를 하다가 내가 속없이 제주도의 가장 큰 욕이 뭐냐고 물으니까 머뭇머뭇 하다가 할망들이 말을 잘 듣지 않는 손주들에게 하는 욕이 ‘몽골놈 좆으로 만든 새끼’라고 한다는 것이다.

한참을 웃다가 갑자기 맞다는 생각이 떠 올랐다. 고려 때 원나라 병사들이 일본을 쳐들어 가기 위해서 조랑말을 가지고 제주도에 머물면서 처녀들을 싹쓰리 강탈해서 새끼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욕이 생긴 것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제주도 큰 길 가에 많은 할아방이 옛날 몽고 할아버지들을 기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둘째, 전라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 잘 아는데 ‘개놈 새끼’다. 얼른 들으면 사람을 개로 취급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쁜데 개놈은 수준 높은 말이다. 독일어로 게놈(Genom)이나 영어로 지놈은 생물의 생명 염색체다. 알고 보면 게놈새끼는 모든 동물의 근원이고 수준높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셋째, 경상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경상도 친구들이 흔히 쓰는 욕은‘문둥이 새끼’다. 처음 욕이 생길 때는, 서당에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손주를 보고 할머니가 밉기도 하고 반가워서 문동이文童伊새끼라고 한 것 아닌가 싶다.

넷째, 충청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충청도의 욕은 두가지다. 양반들이 하는 욕과 쌍놈들이 하는 욕이 다르다. 양반들은 화가 나면 상대방을 흔히‘쌍놈의 새끼’라 하고 쌍놈은 상대가 미우면‘염병할 놈의 새끼’라 한다.

다섯째, 경기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경기도 사람들의 욕은 길어서 처음 들을 때는 잘 못 알아 듣는다. ‘염병 3년에 땀도 안흘리고 죽을 놈의 새끼’라고 하니 무슨 소리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점잖은 것 같은데 3년이나 앓다가 죽으라 하니 너무나 심한 저주가 아닌가 싶다.

여섯째, 강원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강원도 사람들은 순수하고 단순해서 자기 자식도 ‘간나 새끼’라고 한다. 아무리 점잖은 사람들도 자기 아이를 만들 때는 갓나니 짓을 해서 만들기 때문에‘간나 새끼’라고 하는 것 같다.

일곱째, 황해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황해도 사람들은 ‘쌍’자를 앞에 씌워서‘쌍 간나 새끼’라고 한다. ‘쌍’은 성관계를 천박한 짓으로 간주한 것 아닌가 싶다.

여덟째, 함경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함경도 사람들은 새끼를 종자로 보고 ‘종 간나 새끼’라고 한다. 사실 우리 인간도 처음 태어나서는 누구나 다 새끼다. 새끼란 말은 사실상 맞는 말이지 나쁜 말은 아니다.

아홉째, 평안도의 대표적인 욕은 무엇인가? 흔히 듣는 말로 평안도 욕은‘호랑 말로 새끼’다. 호랑말虎狼馬은‘호마’라고도 하는데 호랑이 같이 무섭고 코가 큰 말이다. 남자의 코가 크면 밑에 그것도 크기 때문에 여자가 아이를 만들 때 고생을 해서 그런 말이 생긴 것 같다.

어찌 됐든 우리나라 9도 욕의 꼬리는 모두 다 ‘새끼’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 욕이다. 그러나 대중들 앞이나 초상집에 가서는 욕을 절대적으로 삼가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두 시간을 재미있게 떠들었더니 저녁 공양(식사食事)을 하는데 어떤 박사님이 “스님, 우리 너무 무시하지 마시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중이 어떻게 박사님들을 무시하겠소?”하니까 “우리도 안죽는 약 발견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정주영씨는 안죽겠네”하니까

“안돼요.”

“왜 안됩니까?”

“시판하려면 30년 더 있어야 돼요”

“그나저나 그 약의 재료가 뭐요?”하고 물으니까,

“작설차 나뭅니다”하기에

“맞소, 우리 중들이 식후에 꼭 먹는 차가 작설차입니다. 그리고 <숨길따라 잘 사는 길>을 성태장양聖胎長養이라고 하는데 필수적인 차가 작설차입니다”했더니 모두가 다 박수를 치고 웃었다.


반드시飯茶時·다반사茶飯事로 차나 한 잔 마시고 잘 살아 갑시다.

글 : 조계종 元老 岩度大師
자료 제공 : 맑은소리맑은나라




여산 암도스님

1938년 전북 고창 출생
1957년 고불총림 백양사 출가
1972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불교학과 졸업
동대학 불교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학위 논문 '인도불교의 삼학 연구')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강사
중앙승가대학교 부교수 역임
대한불교조계종 원로 대종사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 수훈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