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의 상처

기고
내 얼굴의 상처
내 얼굴의 상처- 2부
  • 입력 : 2026. 09.11(금) 11:20
  • 영암일보
<사진=박석구 문인>
내 얼굴은 두 번의 상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 학과 동기와 제주도에 갔을 때였습니다. 5박 6일의 마지막은 한라산 등반이었고, 백록담에 올라섰을 때는 비가 내렸고 안개가 자욱하였습니다. 성판악대피소에 도착하여 한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알코올버너에 불을 붙여 몸을 녹이고 있는 사이, 버너에 알코올이 다 되어 심지가 발갛게 타는 듯한 느낌이 왔을 때였습니다. 그때 마침 물을 길으러 간 친구가 와 버너에 알코올을 부었습니다.
펑 소리와 함께 알코올을 담은 용기는 저만치 날아가고 버너의 새하얀 불길이 내 얼굴을 덮쳤고 나는 3도 이상의 화상을 입었습니다. 이미 날은 어두워 산을 내려가지 못했던 그 밤, 하체는 추위에 떨면서 얼굴은 심한 통증과 화끈한 열기에 온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날 오후 늦게 제주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여 거울로 내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주렁주렁 달린 물집들과 패인 수많은 자국에 프랑켄슈타인의 실물을 보았습니다. 사람의 화상 입은 냄새가 닭 굽는 냄새와 비슷하다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두 번째는 초콜릿으로 케이크 데코레이션 장미를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회사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어느 늦여름 내 친구와 일본에서 출장 온 이와 나, 셋이 선상낚시를 갔었습니다. 겨우 붕장어 몇 마리 잡았을 무렵, 느닷없이 심한 바람과 함께 소나기가 내려 낚시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고, 쫄딱 젖은 몸을 포니2 승용차로 되돌아오는 도중이었습니다. 운전은 일본인이 하고 나와 내 친구는 히터의 열기에 잠이 든 상태였습니다. 일본인이 숙소가 보이는 곳에 다다르자 긴장이 풀리면서 졸았나 봅니다. 차는 그대로 가로수를 들이받고 조수석에 자고 있던 나는 이마로 앞 유리를 깼고 그 충격이 아래로 쏠리면서 깨진 뾰쪽뾰족한 파편 속으로 얼굴을 묻고 말았습니다. 지나가던 다른 차를 겨우 얻어 타고 도착한 '강진의료원'은 하필 일요일이어서 의사는 혼자 근무하고 있었는데, 안과 전문의였습니다. 벌써 썩어가는 눈 주위와 뺨의 부위를 그 의사는 서투른 봉합수술로 4시간에 걸쳐 마취도 하지 않고 50여 바늘을 꿰맸습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거울을 본 순간 또 다른 프랑켄슈타인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이제 나를 만나면 내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분명히 상처를 확인하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 책 <늙은 시인들의 동네>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