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가 중요하다

칼럼
팩트체크가 중요하다
  • 입력 : 2024. 03.07(목) 11:18
  • 영암일보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이정화
한때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게만 국한된 생각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자기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격, 자신의 장점, 자신의 단점, 자신의 능력 등 자신에 대해서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고, 내 상식으로 판단한 것을 믿고 살 때가 많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내가 틀림없이 옳다고 판단했던 것들이, 내가 바르다고 확신했던 것들이 종종 틀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하게 된다. 오래전이었다.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운동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승우 선수를 처음 보았다. ‘야! 축구 잘한다. 저 선수가 말로만 듣던 이승우 선수구나,’

그 당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승우 선수는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요, 장래가 촉망되는 아주 탁월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내 마음에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강렬한 핑크빛으로 물들인 그의 머리였다. TV 속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승우를 보면서 ‘축구는 정말 잘한다.
그런데 머리는 왜 핑크빛으로 물을 들였을까? 어린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는데…. 교육상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했다. 축구를 잘하는 것은 좋지만 핑크빛으로 물들인 머리는 마음에 영 못마땅했다.

얼마 지난 후 우연히 방송을 보다가 이승우 선수가 머리를 염색한 사연이 나왔다. 이승우 선수가 핑크빛 머리로 염색하고 나타나자 누리꾼을 비롯한 여러 매체로부터 뭇매를 맞았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너무 튄다” “과하다” “자제해라”라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런데 80세가 넘으신 할머니가 눈이 침침하여 손자를 잘 알아보지 못하자 할머니를 생각해서 염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두 그 효심을 칭찬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승우의 할머니는 손자가 18세 이하 대표팀으로 수원 JS컵에 참가했을 당시, 손자를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노안이라서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 중에서 손자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할머니가 그 얘기를 하자 이승우는 경기가 끝난 뒤 미용실로 달려가 할머니가 좋아하는 핑크색으로 머리카락 색을 바꾸었다.
그렇게 하면 할머니가 손자를 금방 알아보실 그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색이 바뀌어서 들어온 손자에게 할머니가 이유를 묻자, “저번에 할머니께서 저를 제대로 못 보셨다면서요? 이제 경기장에서 핑크색 머리만 찾으세요. 그게 저예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를 위해 머리 염색을 했다는 대답에 할머니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머리 스타일 때문에 손자가 따가운 눈총을 받을까 봐 염려되었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기특하지만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안쓰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 이승우는 맞벌이하던 부모님 때문에 두 살부터 열 살까지 할머니 손에 자라게 되었다.

직접 키운 할머니에게 이승우는 누구보다 귀한 존재였고,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이승우에게 할머니는 특별한 분이었다. 그래서 손자가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고 할머니를 향한 효성은 지극하고 각별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이승우 선수를 함부로 판단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날 나는 ‘내 눈에 내가 속는다’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을 보지 못하면 보아도 보는 것이 아니구나.

마음을 보는 눈이 뜨인 사람이 제대로 보는 사람이구나’ 하는 가르침을 얻었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객관적인 사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어떤 교수님이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관점의 중요성을 언급하시는 것을 읽었다.

‘역사라면 이미 일어난 일이기에 불변의 객관적 사실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해석과 평가를 하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유럽을 제패한 황제였지만 “내 생애에 행복한 날은 6일밖에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반면에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는 “내 생애에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피사의 사탑에 올라가서 세상을 보며 ‘세상이 기울어졌다’라고 말한다면, 색안경을 낀 채 세상을 보며 ‘세상이 어둡다’라고 말한다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혹시 나도 모르게 가진 내 마음속 어그러진 선입견을 버린다면, 세상이 훨씬 새롭게 보일 것이다.

행복은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불행도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우리 마음 밭에 밝은 생각의 씨앗을 심고, 어두운 생각의 잡초들을 뽑아내 자기 인생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게 되기를 바란다.

[약력]
경희대 글로벌거버너스 석사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한국자살예방교육협회이사
한중문화교류회 이사
한국인권교육원 인권위원
광주시 교육청 학부모강사
행안부)안전교육 전문강사
광주시 인권교육강사
광주이주여성 인권지킴이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