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생일을 저주한 철학자 - 플로티노스

칼럼
자기의 생일을 저주한 철학자 - 플로티노스
#23 재미있는 철학이야기
  • 입력 : 2024. 03.07(목) 11:21
  • 영암일보
강성률 철학박사
플로티노스는 자신이 육체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몹시 부끄럽게 여겼다. 먼저 그는 자신의 출생, 부모, 고향에 대해 한 번도 말해 본 적이 없고, 영혼이 육체에 들어온 날인 출생일조차도 비밀로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게는 ‘심히 유감스러운 사건’, 즉 생일을 축하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초상화를 절대 그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제자들은 당시의 가장 유명한 화가를 그의 강의실에 몰래 들여보내서 스승의 모습을 기억시킨 다음, 다른 장소에서 초상화를 그리게 하였을 정도이다.

플로티노스(3세기 무렵 그리스의 철학자, 신 플라톤학파의 창시자)는 자신의 육체를 극도로 멸시하였다. 병에 걸려도 약 먹기를 거부하였고, 위경련이 일어났을 때도 그 처방인 위세척을 거절하였다. 음식의 양을 너무 많이 줄였고, 준비해둔 빵 한 조각을 먹는 것조차 자주 잊어버렸다. 불면증까지 얻게 된 플로티노스는 앓아누운 채 야위어 갔다. 나이가 들어서는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며, 손발이 곪아 터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제자들과 교제하는 일조차도 힘들어졌다. 그리하여 결국 그의 추종자들마저 점점 그를 멀리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플로티노스가 이처럼 육체를 학대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에 의하면, 물질이란 정신이나 영혼에 비해 형이하학적인 것으로서 모든 악의 근원이다. 따라서 일종의 물질에 지나지 않는 육체 역시 영혼에 비해 한없이 낮고 비천한 것, 극복해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육체를 위해 먹고 마시는 일, 육체가 생긴 날을 기념하는 일, 육체를 그려 보관하는 일 등은 그에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플로티노스는 망아(忘我, 엑스타시스)의 경지를 추구하였다. 즉, 육체로부터 우리의 영혼을 깨끗케 하여 모든 생각을 끊어버리는 상태에서 신과 직접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신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플로티노스는 마술이 미치는 것을 직접 피부를 통하여 느낄 수 있었으며, 또한 그럴 때면 그의 사지(四肢)가 마치 돈주머니가 닫히는 것처럼 오므라들었다고 한다. 언젠가 한번은 이집트 승려가 플로티노스에게 악마가 붙었다며 주문을 외워 떼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정작 나타난 것은 악마가 아니라 신이었다. 이때부터 구경꾼들은 그를 숭배하게 되었다. 플로티노스는 도둑을 첫눈에 알아보는가 하면, 사람의 마음 상태를 꿰뚫어보고 또 주위 사람들이 겪게 될 운명까지도 미리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제자 가운데 한 원로원 의원은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그 후로 이틀에 한 번씩만 음식을 먹으며 금욕적으로 생활한 결과, 관절염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제자는 스승(플로티노스)을 시기하여 마법의 주문으로써 스승을 해치려 하였다. 그러나 마법이 오히려 주문을 왼 자신에게 돌아감으로써 곤욕만 당하고 말았다.

플로티노스는 불우한 이웃들을 도와주고 불쌍한 어린이들을 돌봐주었다. 그러면서 스스로는 아무 욕심이 없이 수면과 음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또한 결혼을 하지도 않았다. 그는 네 번이나 신과의 황홀한 엑스타시스를 체험했다고 하여 ‘서양 신비주의의 시조’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가 죽을 때, “이제 나는 내 안에 있는 신적인 것이 우주 안에 있는 신적인 것 속으로 들어가도록 애쓰려 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러자 그 순간 한 마리의 뱀이 담 틈바구니로 사라져 버렸다. 이 모습을 본 그의 제자들은 플로티노스의 죽음을 ‘불멸의 영혼이 육체의 속박을 벗어 던지고 해방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물론 플로티노스에서 보는 것처럼 육체를 지나치게 멸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태처럼 육체에 너무 집착하여 먹고 마시는 일에만 열중하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