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燈(등)-단위농협 통폐합, 더는 미룰 수 없다

칼럼
발행인의 燈(등)-단위농협 통폐합, 더는 미룰 수 없다
  • 입력 : 2026. 07.30(목) 10:26
  • 영암일보
▲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목포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농촌의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가 인구는 1990년 666만 명에서 이제 2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만큼 급감했다. 그러나 농업을 떠받쳐야 할 단위 농협의 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농촌은 변했는데 농협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영세 농협으로는 농업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

현실은 숫자가 말해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협의 본질인 경제 사업 적자 규모는 조합당 평균 2020년 11억 6,000만 원에서 2024년 32억 5,000만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으며, 전체 조합의 96%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상호금융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농민의 생산과 유통을 책임져야 할 협동조합이 사실상 금융기관 역할에 의존하는 현실은 정상이라 보기 어렵다.

세계 농업 선진국들은 이미 답을 찾았다. 프랑스와 일본은 과감한 통폐합과 광역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規模의 經濟)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통 경쟁력과 가격 협상력을 높였다. 반면 우리는 작은 농협들이 지역의 울타리 안에서 중복 경쟁을 반복하며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통폐합은 조직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다. 농민의 소득을 높이고 농촌의 생존 기반을 만드는 개혁이다. 규모를 갖춘 농협만이 공동 브랜드, 스마트 물류, 대형 유통시장 진출, 수출 확대와 같은 미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작은 농협 여러 곳보다 경쟁력 있는 하나의 농협이 농민에게 훨씬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지금은 최적의 추진 여건도 갖춰졌다. 농협중앙회는 2개 조합 합병 시 500억 원, 3개 조합 합병 시 1,000억 원, 4개 조합 합병 시 1,500억 원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했고, 정부 역시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정책과 재정이 함께 뒷받침되는 시기는 흔치 않다.

걸림돌은 제도가 아니라 기득권이다. 통폐합을 가로막는 이유가 농민보다 조직과 자리보전에 있다면 그것은 협동조합 정신을 저버리는 일이다. 농협은 특정인의 권한을 지키는 조직이 아니라 농민과 농촌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농촌에 시간이 많지 않다. 개혁을 미룰수록 경쟁력은 약해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간다. 단위농협 통폐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며, 농업 구조개혁의 출발점이다. 지금 결단하지 못하면 내일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금이야말로 농협을 살리고 농촌을 지킬 마지막 기회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