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대왕께서는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헤아려 훈민정음을 창제하셨다. 백성을 사랑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살피려는 애민 정신이 한글의 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드신 뜻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한글은 백성을 위한 글이었으며, 소통과 배려를 실천하는 사랑의 글이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아이들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가르쳤다. 교실에서 아이들이 한 자 한 자 글자를 익히고, 서툰 문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마침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글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다.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 지금도 우리 말과 글은 내 삶의 소중한 동반자다. 글을 쓰면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고, 음악을 통해 마음을 나누며, 고향의 이야기를 글과 노래로 표현할 때마다 우리말이 지닌 아름다움과 힘을 새삼 느낀다. 특히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드는 일은 지역의 기억과 정서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또 하나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암에는 고장의 말과 정서를 문학으로 꽃피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있다. 영암 출신 조정 시인의 시 세계 역시 우리 고장의 삶과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사투리와 고유한 말씨에도 조상들의 삶과 지혜, 지역의 역사와 정서가 담겨 있다. 표준어가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을 이어 주는 공통의 언어라면, 지역의 말은 그 고장만이 간직한 삶의 무늬와 정체성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지역의 말을 촌스럽거나 낯선 것으로 여기기보다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바라보고 보존해 나가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소통의 양이 많아졌다고 해서 서로의 마음까지 깊이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정성껏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친 이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한글날을 맞아 맞춤법과 바른 표현을 익히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의 말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은 사람을 살리고, 따뜻한 글은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가정에서는 가족에게 사랑의 말을 건네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바른 언어와 따뜻한 인성을 가르치며, 지역사회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언어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아울러 영암의 역사와 인물, 방언과 문학,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누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한글의 가치를 오늘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제580돌 한글날을 맞아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을 되새기며, 우리 말과 글을 더욱 아끼고 사랑하자. 한글의 빛이 우리의 일상에 머물고, 영암의 말과 문화가 아름다운 향기로 피어나며, 서로를 존중하는 따뜻한 언어가 군민 모두의 삶에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다.
말은 마음을 담고, 글은 시대를 기록한다. 우리가 오늘 바르게 쓰고 따뜻하게 나누는 한마디가 내일의 문화가 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약력]
· 전 초등학교 교장
· 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 40여 년간 교직생활과 함께 지속적인 음악활동
· 현재 광주 우미악단에서 색소폰 연주 및 문화예술 봉사활동
· 「내 고향 도포」 노래 작사 · 작곡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10.23(금) 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