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대법원 파기환송, 이제 다시 법원에 희망을 보려 한다

칼럼
의외의 대법원 파기환송, 이제 다시 법원에 희망을 보려 한다
  • 입력 : 2026. 08.21(금) 11:01
  • 영암일보
▲김경호 변호사
오늘 대법원에서 성 관련 사건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솔직히 의외였다. 조희대 탄핵소추안 초안 작성 이후 원심의 유죄가 그대로 확정되리라 각오했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무죄 취지로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변호인으로서 기쁨보다 안도가 먼저 밀려왔다.

성범죄 재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요즘은 가장 흔들리기 쉬운 영역이다. 피해 진술 하나로 유죄가 선고되고, 이를 뒤집는 반대 증거는 지나쳐지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래서 1심 징역 3년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혀 상고심에 계류 중인 이른바 '서울대 산부인과' 성폭행 사건에서도, 필자는 오늘 판결과 같은 희망을 보려 한다. 대법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소추안 초안 작성이라는 다른 요인이 아닌 기록과 증거를 보기 시작했다는 희망이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요즘 무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초안을 작성한 이후, 선임을 사실상 거부한 의뢰인이 벌써 스물다섯 번째다. "그 변호사를 선임하면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염려 때문이다. 일부 법관들의 비상식적인 공격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변호사에 대한 공격은 결국 그 변호사를 믿고 법정에 선 의뢰인에 대한 공격이다.

그러나 오늘 대법원은 다른 희망을 보여주었다. 재판은 결국 기록과 증거로 말한다는 것을. 변호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권력이 아니라 부실한 변론뿐이라는 것을. 이제 필자를 향한 공격이 멈추기를 바란다. 그리고 모든 법정이 오늘처럼, 오직 법과 증거 앞에만 서기를 바란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