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독점의 카르텔을 숨긴 거대한 기만

칼럼
영장 독점의 카르텔을 숨긴 거대한 기만
반쪽짜리 수사권과 여전히 검찰이라는 괴물
  • 입력 : 2026. 07.10(금) 09:41
  • 영암일보
▲김경호 변호사
지금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는 ‘검찰 보완수사권’ 논의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거대한 기만이다. 일각에서는 "상식적으로 어떻게 경찰을 믿고 수사권을 다 주느냐"며 우려를 쏟아낸다. 그러나 이 논의는 시작부터 철저히 왜곡되었다. 왜냐하면, 애초에 경찰은 온전한 수사권을 가진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의 핵심은 압수수색, 체포, 구속을 포괄하는 ‘강제수사권’이다. 현재 경찰은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인지해도, 법관에게 직접 영장을 신청할 수 없다. 반드시 검사를 거쳐야만 한다. 강제수사의 목줄을 여전히 검찰이 쥐고 있는 구조 속에서 경찰에게 실질적인 수사권을 주었다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검찰의 이 ‘영장 청구 독점권’이야말로 검찰 출신 전관예우의 핵심이자, 사법 시스템을 병들게 하는 근원이다.
이 기득권은 헌법 제12조 3항과 16조에 명시된 ‘검사의 신청’이라는 문구를 절대적인 방패로 삼는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영장 청구는 검사만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이는 시대의 맥락을 소거한 무지이며 억지다. 해당 조항은 1987년 9차 개헌의 산물이다. 당시에는 검사가 모든 수사권의 최종 결정권자였기에 당연한 서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찰과 공수처도 최종 수사권을 지니는 다원화된 시대다. 이제 해당 조항의 방점은 특정 직업(검사)의 독점이 아니라, 자격 있는 국가 기관의 ‘신청’ 그 자체에 찍혀야 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에 위헌적으로 좁게 규정된 ‘검사의 청구’를 ‘수사기관의 청구’로 개정하기만 하면, 개헌 없이도 헌법과 법률의 조화로운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치 개헌 없이는 검찰의 독점권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떠드는 자들은 법리를 무기 삼아 국민을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채, 검찰에 ‘보완수사권’마저 다시 쥐여주자는 주장은 대단히 위험하다. 영장 청구권이라는 절대반지를 낀 상태에서 보완수사권까지 더해지면 검찰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수사가 지연되어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는 핑계는 수사기관의 태만일 뿐, 검찰 권력 비대화를 정당화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경찰이 권한을 남용한 검사의 ‘법 왜곡죄’를 수사한다고 가정하자. 강제수사를 위해 영장이 필요하지만, 수사 대상인 검사의 동료에게 영장 청구를 허락받아야만 한다. 제 식구를 감싸는 검찰 조직 앞에서 경찰의 수사권은 무용지물이 된다.
결론은 단호하다. 진정한 견제와 균형을 원한다면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검찰이 영장 독점권을 계속 쥐고 있으려거든 어떠한 보완수사권도 가져서는 안 된다. 만약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굳이 주겠다면, 경찰에게도 법관에게 직접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온전한 강제수사권을 보장하라. 검사의 법 왜곡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어야 된다. 이것이 보장이 안 되면 검사는 여전히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들이 된다.
기소권 독점에 이어 영장청구권 독점이라는 거대한 불공정을 은폐한 채 "경찰을 어떻게 믿느냐"며 자질을 탓하는 작금의 논의는 본질을 가리는 검찰의 정교한 사기극이다. 이 기만을 걷어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는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생각'을, 높이 올라가서 전체를 바라보면서 '보편적인 사고'를 하기를 바랍니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