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신문에서 매일 별자리 운세를 읽고 엄청난 돈을 자기 성격과 운세를 점성술로 알려주는 업체에 지불한다고 한다. 점성술사들은 태양계의 행성이 정렬되는 방식에 따라서 성격과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는데 이 점성술은 우리나라에서도 사주팔자, MBTI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공통점으로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며 좋은 대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MBTI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왜 이런데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냈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남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좋아하는 것일까? 오늘날 별자리, 성격은 물론이고 그나마 가장 괜찮아 보이는 MBTI도 비과학적이라며 상당히 비판을 받고 있다. 성격이란 건 16개로 딱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나 경향성이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만약 MBTI가 그런 식이였다면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진 않았을 것이다. 반면 MBTI는 아주 칼같다. 원래 성격이나 정체성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사실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누군가 자신을 정의해 주길 바란다.

한편 사람들은 항상 본인이 특별하길 원하면서도 소속감을 원한다. 그런데 MBTI는 특별한 정체성뿐 아니라 같은 유형끼리 뭉칠 수 있도록 소속감까지 제공해 준다.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는 다 갖춘 셈이다. 거기에 MBTI의 설명을 잘 보면 부정적인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단점도 독특한 특징으로 포장이 되어있다. 점성술에서는 1월이나 6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소극적이고 불운하다고 한다. 반대로 7월에서 12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저극적이고 행운이 깃든다고 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7월에서 12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점성술을 믿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이걸 ‘아첨 효과’라고 하는데 자신에 대한 긍정적 진술은 무조건 믿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MBTI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점성술사들은 놀라운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 여름쯤에 태어난 사람들이 운이 좋다고 되어있는데 과학자들도 통계를 보고 꽤나 당황했다고 한다.

그런데 ‘운’이란 건 뭘까? 과학자들이 연구한 바로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을 비교했을 때 운 좋은 일이 일어나는 빈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성격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운이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매사 낙관적이고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안이서 긍정적적인 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경향은 여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더 잘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겨울에 태어난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혹독한 환경에서 태어났음을 직감하고 부모와 더 찰싹 붙어있으려고 할 뿐 아니라 조심성 많고 예민하게 태어날 확률이 높기에 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평가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서 다시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결과는 정확히 반대로 나왔다. 만약 별자리와 성격이 연관이 있다면 태어날 때 날씨가 어떻든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점성술사들은 다른 통계를 가져왔다. 이 통계에 따르면 별자리 성격과 사람들의 성격테스트 결과가 거의 동일했다. 이 자료를 믿지 못한 과학자들은 따로 사람을 무작위로 모집해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번에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났다. 알고보니 점성술사들이 가져온 통계에는 점성술을 믿는 사람들만 표본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별자리 성격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믿는다고 한다.

1940년대 후반 버트럼 포로(B. R. Forer)라는 심리학자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성격 검사 결과지를 주고 학생들에게 자기 성격과 얼마나 비슷한지 1에서 5점의 점수를 매기라고 했는데 무려 87%의 학생들이 4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그 유명한 ‘바넘효과’를 실험한 사례이다. 일반적이고 모호한 성격 묘사를 자기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효과이다. 그런데 버트란 포러(B. R. Forer)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학생들을 속였음을 알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학생들에게 점수지가 없어졌다고 하며 그 당시 자신이 매겼던 점수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낮은 점수를 줬다고 한다. 무언가에 잘 속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았다는 걸 인정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속이는 걸 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별자리와 MBTI 같은 것들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유는 많지만 과학적 신빙성은 별로 없다. 그런데 나름 유용한 면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설명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일례로 아시아 여성이 수학문제를 풀때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면 수학점수가 올라간 반면, ‘여성’의 정체성을 강조하면 수학점수가 내려가는 결과가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잠재력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테스트 같은 것들은 아주 좋은 대화 소재가 되기도 하며 일상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